KIA 타이거즈가 신들린 대타쇼로 더블헤더를 독식했다.
KIA는 9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선두 LG 트윈스와 더블헤더를 모두 승리했다. 그것도 모두 역전승이었다. 9연승후 3연패 위기에 몰렸으나 1차전 뒤집기 승리로 기사회생했고 2차전마저 여세를 몰아 잡았다. 4위로 뛰어올랐다. 특히 역전극의 과정에선 기막힌 대타들의 활약이 배여있었다.
1차전은 3-0, 5-2로 앞서다 7회초 5-6으로 역전을 허용했다. 선두 LG의 기세가 좋았다. 박동원의 솔로홈런(20호)이 터졌고 이어진 무사 1,2루에서 홍창기의 우전적시타때 한 점을 내주었다. 더군다나 박찬호가 타자주자의 2루 태그에 신경쓰는 틈을 타 박해민이 홈을 밟아 동점에 성공했고 김현수의 역전타로 6-5로 뒤집었다.
LG 발야구에 역전을 허용해 KIA의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 같았으나 그렇치 않았다. 대타로 8회말 1사후 김선빈과 이우성의 안타로 1,2루 기회를 잡았다. 김종국 감독은 아껴놓은 3할 대타카드 고종욱을 내세웠다. 고종욱은 유영찬의 포크볼을 받아쳐 우전적시타로 연결시켜 동점을 만들었다.
통산 3할 타자이자 시즌 대타 타율 3할1푼6리의 기록이 허투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고종욱의 동점타에 이어진 박찬호가 고우석을 상대로 중견수 앞으로 굴러가는 적시타로 기어코 경기를 뒤집었다. KIA는 마무리 정해영이 9회 볼넷 1개를 내주었지만 아웃카운트 3개를 잡아내고 승리를 지켰다.
2차전도 대타의 시간이었다. 초반 이의리의 제구가 듣지 않아 0-4까지 끌려갔다. 2회말 3점을 뽑아 바짝 따라붙었고 5회말 뒤집기에 성공했다. 나성범, 소크라테스, 김선빈 안타가 나와 무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김종국 감독은 이우성 대신 다시 고종욱을 대타로 내세웠다. 고종욱은 방망이가 부러지면서 2루수 키를 넘기는 적시타를 만들어내 4-5까지 추격했다.
더블헤더 1차전에 이어 2차전까지 2타석 연속 대타로 나서 귀중한 타점을 만들어내는 맹활약을 펼쳤다. 김 감독의 대타쇼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아다. 1차전에서 홈런을 터트리고 볼넷-볼넷-안타, 2차전 볼넷-볼넷 등 6타석 연속 출루에 성공한 황대인을 과감하게 뺐다.
순간 방망이를 들고 나오는 선수를 보고 관중들의 기대의 박수를 보냈다. 1차전에서 뛰고 벤치에서 재충전을 하던 최형우였다. 명불허전의 타격을 시전했다. LG 박명근의 146km짜리 직구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겨버렸다. 8-5로 경기를 뒤집는 대타 만루홈런이었다. 최형우의 한 방에 이어 6회는 나성범의 쐐기 투런홈런이 나와 승기를 쥐었다. 대타들이 만든 더블헤더 독식이었다.
최형우는 "대타로 타석에 들어갔는데, 앞에서 고종욱이 타점을 만들어 내서 좀 더 편하게 타석에 들어갈 수 있었다. 어차피 내가 아웃 된다고 하더라도 1아웃이고 공격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던 상황이라 어떤 노림수를 가지고 공략하기 보다는 편하게 내 스윙을 하자는 생각으로 임했던 것이 정타로 이어져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웃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