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꼭 5강을 가야하는 것일까.
롯데 자이언츠는 올해 리그 최다인 71홀드를 기록 중이다. 필승조 투수들이 탄탄하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3점 차 이내의 접전 상황이 많이 만들어졌고 그에 걸맞게 많은 불펜 투수들이 투입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대 2번째 4년 연속 20홀드의 주인공인 구승민(21홀드)을 비롯해 김상수(17홀드) 김진욱 최준용(이상 8홀드) 심재민 윤명준(이상 4홀드) 한현희(3홀드) 이태연 최이준 정성종 김도규 신정락 진승현(이상 1홀드) 등 총 13명의 투수들이 홀드를 기록했다.
필승조 투수들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 역시 접전 상황에 투입되어야 했던 롯데의 경기 흐름이었다. 롯데는 올해 115경기(54승61패) 중 3점 차 이내의 경기를 76경기나 치렀다. 전체 경기의 66%에 달한다. 1점 차 경기도 24경기(12승12패)를 소화했다. 타선이 원활하게 터지지 않은 것도 접전 경기가 계속된 또 다른 이유이기도 했다.
필승조 투수들은 저마다 승부처 상황에서 투입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연투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롯데만의 얘기가 아니다. 모든 구단의 불펜 투수들이 자신의 몸을 불사르겠다고 말한다. 롯데의 35세의 노장 필승조 김상수는 최근 “5연투도 자신있다”라면서 의욕을 다졌다.
그러나 투수의 어깨는 소모품이고 시즌이 갈수록 체력은 고갈될 수밖에 없다. 체력은 비축될 수 없다. 체력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부상의 위험도는 높아진다. 롯데 불펜 투수들은 많은 홀드를 기록한 만큼 많은 경기에 등판했다. 김상수가 63경기로 김진성(LG)과 함께 최다 등판 공동 1위에 올라 있고 구승민이 61경기에 나섰다. 마무리 김원중도 25세이브를 기록 중이지만 이미 52경기에 등판했다.
결국 많이 나선 만큼 탈이 나고 있다. 김상수는 후반기 최다인 24경기에 등판했고 후반기에 3연투 4번, 4연투 1번 등 연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8일 창원 NC전에 제 컨디션이 아닌 가운데 마운드에 올라왔다. 이번 주 9연전 중 팀이 6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김상수는 4번째 등판이었다.
3-2로 앞선 7회말 올라와서, 손아섭에게 볼넷, 서호철에게 사구, 박건우에게 볼넷을 내줬다. 9개 연속 볼을 던지며 김상수 답지 않은 내용을 선보였고 오른쪽 내전근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구단은 내전근 경련으로 강판됐다고 발표했고 상태를 지켜본 이후 9일 오전에 병원 정밀 검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상수는 트레이너들의 부축을 받고 마운드에서 내려와야 했다.
앞서 구승민도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 구승민은 지난 4일 사직 두산전에서 오른쪽 어깨 뒷편에 불편함 증세를 느끼며 1이닝을 소화하지 못하고 조기 강판됐다. 큰 이상 없이 휴식을 취했지만 지난 7일 울산 삼성전에서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뒤 다시 휴식을 취해야 했다.
올 시즌 내내 롯데 불펜들은 피로도 높은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하지만 그 결과가 오롯이 롯데에 긍정적이지 않았다. 5월까지 3강 체제를 유지했고 한때 선두까지 올랐지만 이후 추락을 거듭해서 7위에서 5강 진입을 위해 허덕이고 있다.
뒤늦은 5강 진입을 위해 불펜진은 어쩔 수 없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 시즌을 포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필승조들이 마냥 휴식을 취할 수도 없는 노릇. 그러나 성과를 얻지 못하는 경기들이 나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5강에 대한 희망은 점점 옅어지고 있다.
8일 경기에서도 김상수의 투혼에도 불구하고 3-4로 재역전패를 당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투수들의 투혼도 점점 희미해지고 무의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5강을 가도 의미가 있을까. 희망을 꺾는 게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