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원형 탈모까지 올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한국 복귀를 고민할 만큼 정신적으로 바닥까지 떨어졌던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시련을 딛고 메이저리그 정상급 내야수로 우뚝 섰다.
미국 ‘디애슬레틱’은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차세대 한국 야구선수들에게 영감을 주는 김하성’이라는 제목하에 메이저리그에서 성공 과정을 담은 인생 역전 스토리를 대서특필했다.
매체는 ‘스타들이 즐비한 샌디에이고가 실망스런 시즌을 마무리하고 있지만 김하성은 리그에서 가장 가치 있는 선수 중 한 명으로 활약 중이다. 17홈런에 한국 출신 선수로는 역대 최다 31도루를 기록하며 6월23일부터 타율 2할9푼을 기록 중이다. 그날은 김하성은 샌디에이고 1번 타순에 오른 날로 아직 그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수비에서도 2루수뿐만 아니라 3루수와 유격수 자리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한다. 1년 전 내셔널리그 유격수 최종 후보였던 그는 올해 한국 출신 최초 골드글러브를 수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2021년 실망스런 데뷔 시즌에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이후 아시아 출신 최고의 미들 인필더로 거듭났고, 원정 야구장에서도 이름이 연호될 만큼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며 메이저리그 첫 해 부진을 딛고 정상급 선수로 뛰어오른 김하성의 성장 스토리를 크게 다뤘다.
매체와 인터뷰에서 김하성은 2021년 메이저리그 첫 해 극심한 스트레스로 동전 하나 크기의 원형 탈모를 겪은 사실도 털어놓았다. 그는 “정신적으로 정말 바닥을 친 순간이 있었다. 내가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하면서 “반대로 이제 첫 해이고, 스스로 도전해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는 마음을 먹었다”고 돌아봤다.
매체는 ‘김하성은 오랜 시간 밤마다 분투했다. 매일 빠른 속도의 공이 나오는 기계를 상대로 수백 번 스윙하는 습관을 들였다’며 ‘김하성이 타격을 다듬는 데 1~2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과 펴가가 적중했다. 김하성은 올해 패스트볼 대처 능력이 능숙해졌고, 타자로서 한 단계 진화했다’고 치켜세웠다.
지난 2017~2020년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에서 김하성과 4년을 함께한 외국인 투수 제이크 브리검의 코멘트도 실었다. 현재 대만 웨이취안 드래곤스에서 뛰고 있는 브리검은 “처음 봤을 때 김하성이 20살 중반이라고 생각했지만 21살이었다. 항상 나이보다 더 큰 활약을 했다. 훌륭한 선수였고, 존중받는 사람으로 그에게 나이는 중요하지 않았다”며 “고척돔에서 종종 밤 늦게까지 박병호, 이정후와 함께 타격 연습을 하곤 했다. 그는 자신감이 넘치지만 거만하지 않았고, 야구에 대해 진지하면서도 즐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이어 브리검은 “몇 년이 지난 뒤 김하성이 내게 여기서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 묻곤 했다”며 “외국에서 마음이 통하는 선수와 함께 뛰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다. 김하성은 항상 내게 그런 느낌을 줬다. 실수를 하거나 하지 말았어야 할 플레이를 하면 내 얼굴에 대고 ‘제이크, 다음엔 내가 잡을게. 다신 그런 일 없을 거야’라고 말하곤 했다. 항상 책임감을 갖고 신경 썼다. 나와 내 가족에게도 큰 의미가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도 그런 유대감을 느낄 수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김하성의 친화력을 이야기했다.
매체는 ‘김하성은 한국 출신 최초 메이저리거이자 샌디에이고 구단 고문인 박찬호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고, 통역사 레오 배의 도움으로 샌디에이고 클럽하우스에서 선수들과 빠르게 친분을 쌓았다. 언어와 문화 장벽에도 불구하고 매니 마차도, 주릭슨 프로파,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같은 선수들과 친해졌다. 동료들은 그의 열린 마음과 열정에 주목했다’고 전했다.
2021년 샌디에이고 내야 수비를 지도했던 바비 디커슨 필라델피아 필리스 코치는 “김하성은 항상 눈이 반짝였고, 내 말에 귀를 기울였다”고 떠올렸다. 마차도는 “여기 있는 그 어떤 선수들보다 도미니카 사람 같다”며 김하성의 스페인어 구사 능력을 재치있게 표현했다. 타티스는 “올해 최고의 선수로 거듭났다”고 인정했고, 블레이크 스넬도 “김하성은 최선을 다하고, 올바른 방식으로 플레이한다. 그가 받는 모든 사랑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