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울산 삼성-롯데전. 위닝 시리즈를 놓고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이었다. 삼성은 원태인, 롯데는 심재민을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 이름값만 놓고 보면 원태인의 우세가 예상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심재민이 5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1점만 내주는 깜짝 호투를 뽐냈다. 볼넷 1개만 내줬을 뿐 4개의 삼진을 솎아냈다.
1회 1사 후 김성윤의 중전 안타와 2루 도루에 이어 구자욱의 우전 안타로 1점을 내줬다. 곧이어 강민호를 3루수 병살타로 유도하며 이닝 마무리. 2회 선두 타자 호세 피렐라를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시켰으나 오재일을 헛스윙 삼진으로 제압했고 포수 정보근이 피렐라의 2루 도루를 저지했다. 2사 후 이재현을 포수 스트라이크 낫 아웃으로 잡아냈다.
3회 1사 후 김호재의 내야 안타, 김현준의 볼넷으로 누상에 주자 2명을 내보냈지만 김성윤을 2루수 병살타로 돌려세웠다. 4회 2사 후 피렐라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지만 오재일을 3루 뜬공으로 유도. 5회 1사 후 강한울에게 중전 안타를 내준 뒤 김호재를 유격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유도하며 이날 임무를 마쳤다. 롯데는 11회 유강남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삼성을 2-1로 제압하며 위닝 시리즈를 완성했다.
이종운 롯데 감독 대행은 경기 후 "선발로 나선 심재민이 본인이 맡은 역할을 다 해냈다. 불펜 투수들도 실점 없이 잘 막아준 덕분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승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울산 시리즈를 위닝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기쁘고 구장까지 찾아와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준 팬들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날 수훈 선수로 선정된 심재민은 "볼이 많이 없었고 최대한 상대 타자가 빨리 승부할 수 있게끔 했던 게 주효했다. 누상에 주자가 나갔을 때 병살 유도도 잘 이뤄진 덕분에 5회까지 던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SSG전(3이닝 4피안타 2볼넷 2탈삼진 2실점)에 이어 롯데 이적 후 두 번째 선발 등판에서 이른바 인생투를 뽐낸 심재민은 "투수라며 누구나 꿈꾸는 선발 투수로 뛰고 싶었는데 롯데 이적 후 두 차례 기회를 얻게 됐다. 첫 선발 등판 때 긴장도 많이 하고 너무 아쉬웠다. 이번에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고 최대한 길게 던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아쉽게 승리 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분명히 의미 있는 등판이었다. 심재민 또한 "승리 투수가 됐더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코칭스태프와 트레이닝 파트에서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건강한 모습으로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인터뷰가 끝날 무렵, "다음에는 무실점으로 선발승을 거둔 뒤 다시 인사드리겠다"고 씩 웃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