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힘들 때가 있었단다” 152억짜리 특급 멘탈 케어, ‘선발→불펜→선발’ 최원준이 미소를 되찾았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09.08 05: 40

올 시즌 토종 에이스 타이틀 박탈에 이어 팀 내 최다패 투수로 전락했지만 좌절은 없었다. ‘152억 포수’ 양의지의 끊임없는 조언과 함께 인고의 시간을 보낸 결과 마침내 봄날이 찾아왔다. 
최원준은 지난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와의 시즌 12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 59구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9연승 상승세의 KIA를 상대로 모처럼 안정된 제구력을 뽐내며 7월 9일 잠실 키움전 이후 정확히 60일 만에 시즌 3번째 승리(9패)를 수확했다. 손가락 물집으로 더 이상 투구를 이어가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로 투구 내용이 훌륭했다. 
최원준은 경기 후 “손가락 상태는 괜찮다. 다만 조금 더 지켜봐야할 필요는 있다”라며 “상대 분위기와 타격이 너무 좋아서 선취점을 안 주려고 했다. 그렇게만 하면 우리 불펜이 좋기 때문에 뒤에서 충분히 막아줄 거라고 생각했다. 5, 6이닝을 생각하지 않고 1이닝씩 최선을 다했다”라고 부진 탈출 비결을 전했다. 

4회초 KIA 공격을 막아낸 두산 선발투수 최원준이 미소 짓고 있다. 2023.09.07 / soul1014@osen.co.kr

5회초 이닝종료 후 두산 양의지 포수가 최원준과 이야기 나누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3.09.07 / soul1014@osen.co.kr

2017 두산 1차 지명된 최원준은 2020년 데뷔 첫 10승을 시작으로 2021년 12승, 2022년 8승을 차례로 거두며 토종 에이스 반열에 올라섰다. 29경기 12승 4패 평균자책점 3.30 활약으로 팀의 KBO리그 최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2021년이 커리어 하이였다. 당시만 해도 KBO리그 대표 잠수함 선발은 고영표(KT)가 아닌 최원준이었다.
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진행됐다.1회초 두산 선발투수 최원준이 역투하고 있다. 2023.09.07 / soul1014@osen.co.kr
올해도 토종 에이스 타이틀을 달고 시즌을 준비한 최원준.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가 그의 비상을 막았다. 개막 후 5월 중순까지 7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 플러스 3번, 퀄리티스타트 1번의 역투를 선보였지만 1승 3패라는 극심한 승리 불운에 시달렸고, 5월 말부터 부진이 찾아오며 팀 내 최다패인 9패 고지를 밟았다. 이는 롯데 한현희(10패)에 이은 리그 최다패 2위. 
최원준은 8월 13일 대전 한화전에서 1⅓이닝 4실점 조기 강판되며 불펜 강등의 쓴맛을 봤다. 이후 불펜으로 향해 4경기에 나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1.69로 감각을 끌어올렸다. 
최원준은 “더 좋은 선수가 먼저 나가는 게 맞다. 내가 안 좋았고, 팀에 민폐가 됐기 때문에 불펜행을 받아들였다”라며 “불펜에서는 짧고 강하게 던지는 연습을 많이 했다. 그 동안 결과를 너무 생각하다보니 자신감이 떨어졌는데 그런 생각 없이 자신 있게 투구하다보니 조금씩 좋아졌다”라고 불펜에서의 시간을 되돌아봤다. 
6회초 두산 선발투수 최원준이 손가락 부상으로 교체되고 있다.   2023.09.07 / soul1014@osen.co.kr
그러면서 “야구를 하다보면 항상 이런 시즌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후년도 야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 뒤처지면 안 되고 후배들과 경쟁도 해야 한다. 오늘 승리가 조금 더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라고 시즌 3번째 승리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최원준은 또 다른 반등 비결로 양의지의 특급 멘탈 케어를 꼽았다. 양의지의 따뜻한 조언이 인고의 시간을 버티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최원준은 “(양)의지 형에게 너무 고맙다. 원래 선발 등판이 화요일(5일)이었는데 4일 경기에 출전한 형이 내가 나간다고 포수를 해준다고 했다. 정말 고마웠다”라며 “올해 많이 힘들었는데 의지 형이 옆에서 도와주고 좋은 말 많이 해줬다. 그러다보니 내가 이렇게 잘 버티고 있는 것 같다”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진행됐다.6회초 손가락 부상으로 자진강판하는 두산 선발투수 최원준이 관중석을 향해 손인사를 하고 있다. 2023.09.07 / soul1014@osen.co.kr
어떤 조언을 들었냐는 질문에는 “(양)의지 형도 지금까지 야구를 하면서 힘든 시간이 있었다고 하더라. 나한테만 오는 부침이 아니니까 너무 크게 생각하지 말고 마운드에서 단순하게 하면 좋겠다는 말을 해줬다. 주위에서 내 구위가 많이 떨어졌다고 해서 흔들렸는데 의지 형이 전혀 문제 없다고 자신감을 심어줘서 이렇게 좋은 결과가 있었다”라고 답했다. 
이어 “LG 임찬규 형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지난주 LG 경기 때 좋은 말을 너무 많이 해줬다”라고 덧붙였다. 
경기종료 후 승리투수가 된 최원준이 공수 맹활약 펼친 조수행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  2023.09.07 / soul1014@osen.co.kr
최원준은 7일 마침내 반등의 신호탄을 쏘며 선발 로테이션 재진입에 성공했다. 두산은 주말 삼성과의 더블헤더 포함 4연전을 치른 뒤 라울 알칸타라, 브랜든 와델, 곽빈, 최원준, 최승용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 곽빈이 이달 말 아시안게임 차출을 앞두고 있기에 최원준의 이날 호투가 그 어느 때보다 반가웠다.
최원준은 “오늘도 마찬가지로 내가 못 던졌다면 다른 투수에게 기회가 갔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항상 갖고 있다”라며 “여기는 경쟁하는 곳이라 특혜를 바라면 안 된다. 내가 경기력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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