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투수다.”
최원호 한화 감독이 이태양(33)을 두고 이렇게 한마디로 요약했다. 다른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올해 이태양은 좋은 투수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다. 불같은 강속구는 없지만 안정된 제구에 빠른 템포로 공격적인 승부를 한다. 그 흔한 ‘볼질’ 없이 타자들과 싸움을 유리하게 끌고간다. 좌우 타자 가리지 않고 몸쪽 승부도 잘한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이다.
최원호 감독은 “올해 이태양이 전천후로 던지면서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제구가 있고, 변화구 구사를 다양하게 한다. 그동안 경험도 많이 쌓았고, FA 계약으로 (심적인) 안정도 생겼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달 중순까지 이태양은 상황을 가리지 않고 전천후로 투입됐다. 선발투수가 일찍 내려가면 롱릴리프로 던지고, 리드 상황에선 필승조로 나섰다. 근소하게 지고 있는 상황에선 추격조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날 때 대체 선발로도 두 번 들어갔다.
최 감독은 “여러 보직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정말 힘들다. 팀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상당히 고마운 선수”라고 말했다. 감독이 각별하게 고마움을 표시할 만큼 이태양의 존재감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지난 6일 대전 SSG전에도 이태양은 5이닝 7피안타 1볼넷 5탈삼진 3실점으로 역투했다. 1회 추신수에게 중전 안타, 최정에게 우월 2루타를 맞아 선취점을 내준 뒤 3회 최정과 기예르모 에레디아에게 연이어 초구에 1타점 2루타를 맞아 추가 2실점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박성한의 희생번트로 계속된 1사 3루에서 최주환을 1루 땅볼 유도한 뒤 한유섬을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 잡고 이닝을 끝냈다. 4~5회에는 연속 삼자범퇴. 5회 최정 상대로 몸쪽 꽉 차는 직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주무기 포크볼에만 의존하지 않고 하이 패스트볼을 결정구로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재미를 봤다.
5회 마지막 타자 에레디아를 상대하는 과정에서 가벼운 우측 종아리, 좌측 햄스트링에 근경련 증상이 발생했지만 3루 땅볼로 처리하며 5이닝 임무를 완수했다. 불펜이 리드를 날리는 바람에 선발승은 날아갔지만 한화의 6-5 연장 승리에 발판이 된 투구였다.
이날까지 이태양은 올 시즌 44경기에서 75이닝을 던지며 2승1패1홀드 평균자책점 2.52를 기록 중이다. 화려한 성적은 아니지만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75이닝을 던졌고, 4월말부터 1~2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 중이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4년 25억원에 한화로 돌아왔는데 몸값 대비 활약으로 따지면 올해 최고의 FA 모범생이라 할 만하다.
특히 선발로 나선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16으로 투구 내용이 더 좋다. 내년에는 선발로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최 감독도 “태양이는 원래 선발 쪽에 마음이 더 있는 선수”라며 “(경험이 부족한) 젊은 투수들이 많다 보니 불확실성이 큰데 태양이 같은 경험 있는 투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