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먼저 30홈런 고지를 돌파하며 MVP 후보로 떠오른 노시환(23·한화)은 지난 6일 대전 SSG전을 앞두고 조부상을 당했다. 부산 출신인 노시환은 가족이 부산에 있다. 할아버지 빈소도 부산에 마련됐다. 경조사 휴가를 써서 경기에 빠질 수 있었지만 노시환은 최원호 한화 감독에게 경기 출장 의지를 전했다.
최원호 감독은 6일 경기 전 노시환의 출장 여부에 대해 “오늘 경기 끝나고 (빈소에) 가서 내일 경기 전까지 오기로 했다. 경기에 빼지 말아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도 3번타자 3루수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노시환은 올 시즌 팀의 113경기 모두 선발로 뛰며 전경기 출장 기록을 이어갔다.
조부상 슬픔 속에서도 노시환은 프로 정신을 잊지 않았다. 이날 한화 구단은 노시환의 30홈런을 기념해 이벤트를 마련했다. 지난 2일 잠실 LG전에서 노시환이 30홈런을 달성하자 구단 차원에서 팬들과 함께하는 이벤트를 준비한 날인데 안타깝게도 조부상이 겹쳤다.
하지만 노시환은 팬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예정대로 행사에 직접 나섰다. KBO 7월 월간 MVP 수상까지 기념해 사비를 털어 커피차를 쐈다. 경기 전 훈련을 마치고 장외 무대 앞에 자리한 커피차에서 노시환이 직접 400잔의 커피를 팬들에게 전달했다. 개인적으로 슬픈 날이었지만 팬들 앞에서 미소를 잃지 않았다. 경기 시작 1시간 전까지 팬서비스를 펼쳤다.
경기가 시작된 뒤에도 노시환의 활약이 이어졌다. 1회 볼넷, 3회 우중간 안타에 이어 4회에는 4-3 역전을 만든 좌전 적시타를 치며 SSG 선발 김광현을 강판시켰다. 연장 10회 3루 내야안타를 더해 3안타 경기. 3루 수비에서도 7회 김강민의 총알 같은 타구에 반사적인 다이빙 캐치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이날 경기는 연장 11회까지 이어졌고, 정은원의 끝내기 안타로 한화가 6-5 역전승을 거뒀다. 무려 4시간42분이 소요된 경기, 밤 11시12분이 되어서야 종료됐다. 팀을 승리로 이끈 뒤 노시환은 할아버지의 빈소가 있는 부산으로 내려갔다.
노시환은 이날까지 시즌 113경기에서 타율 3할(444타수 133안타) 30홈런 91타점 72득점 63볼넷 100삼진 출루율 .388 장타율 .559 OPS .947을 기록 중이다. 홈런·타점·장타율·OPS 1위, 볼넷 2위, 안타·득점 5위, 출루율 9위로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 부문에서 10위 내에 이름을 올리며 MVP 후보로 떠올랐다.
오는 22일 소집 예정인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차출로 인해 2주가량 자리를 비우는 것이 변수. 대표팀 합류 전까지 최대한 많은 기록을 쌓아놓는 게 중요한데 노시환도 쉬지 않고 출장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할아버지를 떠나보낸 날에도 그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