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다. 국내 선발투수들의 이닝 소화 능력이 아쉬운 한화에선 ‘이닝이터’ 김민우(28)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한화는 올 시즌 선발투수들이 평균 4⅔이닝으로 10개팀 중 유일하게 5이닝을 넘지 못하고 있다. 펠릭스 페냐(5⅔이닝), 리카르도 산체스(5⅓이닝), 문동주(5이닝)가 평균 5이닝 이상 던졌지만 4~5선발 자리에서 이닝을 길게 끌어주지 못했다. 고스란히 불펜 부담이 되면서 시즌이 갈수록 구원투수들의 힘이 고갈되고 있다. 한화 불펜의 구원 평균자책점은 전반기 4위(3.81)에서 후반기 7위(5.56)로 나빠졌다.
지난 5일 대전 SSG전도 그랬다. 선발 한승주가 2⅔이닝 4피안타 1볼넷 1실점(비자책)으로 조기 강판된 뒤 7명의 불펜을 가동했지만 10실점으로 무너지며 6-11 역전패를 당했다. 장시환(1⅓이닝 2실점), 주현상(⅔이닝 2실점), 김범수(1이닝 1실점) 등 필승조들도 줄줄이 실점하면서 5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한화로선 앞서 3년간 이닝이터 역할을 한 김민우의 빈자리가 아쉽게 느껴질 만하다. 김민우는 2020년 26경기 132⅔이닝, 29경기 2021년 155⅓이닝, 지난해 29경기 163이닝을 던졌다. 3년 연속 팀 내 국내 투수 중 최다 이닝. 2020년과 지난해에는 외국인 투수들의 연이은 부상 악재 속에서도 로테이션 한 자리를 빠지지 않고 책임져줬다. 특히 2021년에는 개인 최다 14승을 거두며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에도 발탁됐다. 압도적이진 않아도 계산이 서는 선발투수였다.
그러나 올해는 연이은 부상 악재 속에 12경기(51⅔이닝) 1승6패 평균자책점 6.97로 부진했다. 지난 5월14일 문학 SSG전에서 강습 타구에 오른팔을 맞아 로테이션을 한 번 건너뛰었고, 6월14일 사직 롯데전에서 오른쪽 어깨 삼각근 부분 파열로 2개월에서 최대 3개월 재활 진단을 받으며 이탈했다.
서산 재활군에서 두 달 반 동안 치료와 회복에 전념한 김민우는 이달 들어 퓨처스리그 경기에 나서며 실전 복귀를 알렸다. 지난 2일 서산에서 열린 LG전에서 7회 구원등판, 1이닝을 공 8개로 삼자범퇴하면서 홀드를 기록했다. 이어 5일 이천에서 열린 두산전에 선발등판, 2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막았다. 총 투구수 27개로 스트라이크 18개, 볼 9개. 직구(18개) 포크볼(5개) 커브(4개)를 구사했다. 최고 구속은 140km로 아직 더 올려야 하지만 실전에 나서 공을 던지기 시작한 것이 의미 있다.
재활 기간 만난 김민우는 “시즌 마지막이라도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하고 싶다”며 시즌 내 1군 복귀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아직 한화는 시즌이 32경기 남아있고, 문동주가 이닝 관리 차원에서 시즌을 조기 종료하면서 추가 선발 자원이 필요하다. 김민우가 1~2경기라도 1군에서 던지고 마무리를 하는 게 내년 준비 차원에서도 좋다.
다만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경기에 들어간 지 며칠 안 됐다. 퓨처스에서 더 던지면서 투구수를 늘려야 한다. 김민우를 중간으로 쓸 건 아니니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투구 감각 회복 차원에서 한화는 시즌 후 김민우의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 참가도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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