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포수 유강남이 모처럼 활짝 웃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4년 총액 80억 원의 조건에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된 유강남은 기대 이하의 성적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5일 울산 삼성전에서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을 올리며 10-3 승리에 이바지했다.
6번 포수로 나선 유강남은 1-0으로 앞선 1회 2사 1,3루서 삼성 선발 최채흥의 1구째 직구(141km)를 받아쳐 좌중월 3점 홈런으로 연결했다. 지난 7월 22일 사직 키움전 이후 45일 만의 홈런. 롯데는 1회 구드럼의 우익수 희생 플라이와 유강남의 좌중월 3점 홈런으로 4-0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유강남은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도 우익수 방면 2루타를 때려내며 올 시즌 10번째 멀티히트를 완성했다. 이종운 롯데 감독 대행은 “유강남이 경기 초반 3점 홈런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우리 쪽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고 박수를 보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유강남은 “초구부터 자신감을 갖고 시원하게 휘두르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만날 결과가 안 좋으니 위축되고 그래서 후회 없이 시원하게 휘두르자는 생각으로 했다”고 45일 만에 손맛을 보게 된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타격 부진으로 커리어 로우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코치님들께서 도움을 많이 주시고 할 수 있다고 격려를 많이 해주신다. 코치님들의 격려를 받으며 위축되지 않고 더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 오늘도 코치님들께서 용기를 주신 덕분”이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유강남은 끝 모를 타격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타격 동영상을 봤던 게 도움이 됐단다. “오늘 우연찮게 좋았을 때 영상을 봤는데 제가 어떤 느낌으로 쳤는지 생각하면서 영상대로 하려고 했다”. 유강남의 말이다.
‘절친’ 구자욱(삼성)에게서 받은 방망이도 한몫했다. 유강남은 “오늘 경기를 앞두고 자욱이에게서 방망이 한 자루 받았는데 그 방망이로 첫 타석에 홈런을 때려냈다. 저는 좋은 성적을 냈는데 자욱이는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제가 좋은 기를 빼앗은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미안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유강남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내구성. 부상과는 거리가 먼 그이지만 7월 스윙 도중 왼쪽 옆구리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해 잠시 쉼표를 찍었다. 그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큰 부상이라고 하지만 0.5cm 정도 찢어져 그나마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았다. 아픈 걸 참지 않고 더 찢어지기 전에 이야기했던 게 그나마 다행이다. 하늘에서 몸관리를 잘하고 루틴을 철저히 지키라고 신호를 주신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롯데 선발 애런 윌커슨은 6이닝 3실점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며 시즌 4승째를 거뒀다. 윌커슨과 호흡을 맞춘 유강남은 “오늘 경기를 앞두고 R&D팀에서 받은 자료를 토대로 컷패스트볼 구사 비율을 높인 게 도움이 됐다”면서 “윌커슨은 워낙 좋은 공을 던지는 투수니까 어떤 포수와 호흡을 맞춰도 잘 던질 수 있다”고 추켜 세웠다.
유강남에게 ‘이날 활약을 계기로 상승세를 탈 것 같다’고 하자 “매일 이렇게 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된다”면서 “포기만 안 하면 된다. 연승을 하고 있으니 가을 야구도 충분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자 한다”고 씩 웃으며 대답했다.
정보근, 손성빈 등 롯데의 젊은 포수들의 성장세에 미소가 절로 나온다. “후배들이 잘하는 모습을 보니까 자랑스럽고 뿌듯하고 저도 덩달아 기분 좋아지는 것 같다. 포수조 분위기는 아주 좋다. 저만 잘하면 될 것 같다”고 인터뷰를 마쳤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