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뻔뻔한 FA 먹튀가 있었을까. LA 에인절스의 골칫거리로 전락한 3루수 앤서니 렌던(33)의 행보가 그야말로 가관이다.
미국 ‘디애슬레틱’에서 에인절스를 담당하는 샘 블럼 기자는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렌던이 부상 상태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또 회피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렌던은 영어와 스페인어를 섞어 “나 영어 못한다”고 말한 뒤 후디를 입은 채 클럽하우스를 떠났다. 렌던은 미국인이다.
지난 7월5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이 렌던의 마지막 출장이다. 당시 4회 자신의 파울 타구에 왼쪽 정강이를 맞고 교체됐다. 이후 검사 결과 타박상으로 드러났지만 7월15일 10일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렌던은 “상태가 조금 나아졌지만 생각보다 빨리 안 낫는다. 답이 없다”고 밝힌 뒤 야구 활동을 하는지에 대해선 “그 질문에 답할 수 없다. 너무 자세한 내용이다”며 비꼬는 말투로 답했다.
뼈가 부러지거나 인대가 손상된 거도 아닌데 차일피일 복귀를 미뤄 태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피어올랐다. 결국 지난달 19일 60일짜리 부상자 명단으로 옮기면서 시즌 아웃됐다. 이후 부상 상태에 대해 어떤 업데이트도 되지 않고 있다.
필 네빈 에인절스 감독은 지난달 24일 렌던 상태에 대해 “언제 물어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매일 오락가락한다. 필드 안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고, 밖에서도 진전이 있는지 알 수 없다”며 태업을 의심하는 뉘앙스로 말했다.
에인절스 구단에서도 여전히 렌던의 부상 상태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현지 취재 기자들이 클럽하우스에서 렌던에게 직접 묻고 있지만 입을 꾹 닫으면서 태업설이 점점 굳어지는 모양새다.
렌던은 지난 2019년 12월 에인절스와 7년 2억4500만 달러 대형 FA 계약을 체결했다. 2013년 데뷔한 렌던은 2019년까지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7년간 통산 916경기 타율 2할9푼 994안타 136홈런 546타점 OPS .859의 성적을 냈다. 크게 화려하지 않아도 꾸준함이 강점인 선수로 130경기 이상 출장이 5시즌이나 됐다. 2019년 워싱턴의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에도 기여했다.
그러나 에인절스와 거액의 FA 계약을 맺은 뒤 크고 작은 부상이 이어지면서 ‘먹튀’로 전락했다. 2021년 사타구니, 무릎, 햄스트링, 고관절 부상을 당하더니 지난해는 손목 수술로 3개월을 날렸다. 올해도 사타구니, 손목, 정강이를 다쳐 최근 3년간 9번이나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3년간 58경기, 47경기, 43경기 출장으로 팀의 462경기 중 314경기를 결장했다. 출장률이 32%에 불과하다.
에인절스 이적 후 4년간 200경기 타율 2할4푼9리 179안타 22홈런 111타점 OPS .758로 성적도 떨어졌다. 올해는 43경기 타율 2할3푼6리 35안타 2홈런 22타점 OPS .678로 커리어 최악이다. 오타니 쇼헤이가 투타에서 분전했지만 에인절스는 9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이 눈앞이다. 노골적인 태업을 의심받는 렌던으로선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