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야구서 기적의 스토리를 써내며 준우승을 거뒀던 키움 히어로즈는 왜 1년 만에 9위팀으로 전락했을까. 사령탑은 돔구장 사용에 따른 우천 취소 부족을 원인으로 바라봤다.
키움은 5일 오전 현재 리그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경기를 소화한 팀이다. 124경기 51승 3무 70패를 기록 중인 키움은 최다 우천 취소팀인 KIA(108경기)보다 무려 16경기를 더 치렀다. 날씨와 무관한 돔구장을 홈으로 쓰며 휴식 없이 일정을 소화해온 결과다. 물론 키움의 고척돔 사용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16년 고척돔 입성 이후 늘 잔여경기가 가장 적은 일정을 소화했고, 그 가운데서 최근 10년 동안 무려 9차례나 가을 무대를 밟았다.
그럼에도 올 시즌 상황은 짙은 아쉬움이 남는다. 작년 한국시리즈 준우승팀의 9위 추락 배경에는 돔구장 사용이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최근 현장에서 만난 홍원기 키움 감독은 “현장의 변이라고 하면 휴식 없이 불펜들이 계속 과부하에 걸려 있다. 경기 운영에 있어 굉장히 힘든 애로 사항이라고 생각된다”라며 “우천 순연이 겹치면서 선수들이 쉬고 갔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물론 그렇게 됐더라도 결과가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르지만 운영이 굉장히 힘들었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도 그럴 것이 키움은 올해 부상자 발생으로 한 시즌 농사가 순식간에 흉년이 됐다. 부상자야 늘 있는 변수이지만 이번 시즌은 야속하게도 에릭 요키시, 이정후, 안우진 등 팀의 기둥이 연이어 무너졌다. 6월 요키시의 내전근 부분 파열을 시작으로 이정후가 7월 발목 수술을 받았고, 어려운 상황에서 에이스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던 안우진마저 최근 팔꿈치 내측측부인대 재건술이 결정됐다. 그 전에 정찬헌도 8월 말 허리 수술 소견을 받은 터.
홍 감독은 “안우진의 경우 작년 시즌 과부하가 올 시즌 연장선상이었고, 캠프 등 모든 시즌 준비를 한 템포씩 늦게 하고 휴식도 나름 체계적으로 준다고 했는데 그 역시 역부족이었다”라며 “아마 우천 순연이 조금씩 껴서 하루 이틀씩 등판이 밀렸더라도 이런 악재가 발생할 확률이 적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올해는 모든 면에서 우리에게 불운이 겹치는 한해인 것 같다”라고 다시 한 번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포기는 없다. 부상자 속출, 돔구장 사용에 따른 빡빡한 일정을 떠나 남은 20경기서 유종의 미를 거둔다는 각오다. 키움은 최근 어린 선수들이 마운드와 타선에서 급성장하며 하위권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지난 주말 2위 KT와의 3연전 스윕을 비롯해 4연승 상승세를 타고 있다. KT 이강철 감독은 “발이 빠른 중장거리 타자들이 많아서 상대하기 껄끄럽다. 어린 선수들이 자꾸 경기에 나서며 자리를 잡은 모습이다”라고 경계했다.
홍 감독은 “지금 팀 상황은 힘들지만 포기라는 단어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들은 그라운드에서 팬들을 위해 뛰기 때문에 선수단 내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다”라며 “144경기를 다 마칠 때까지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남은 경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면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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