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토론토), 김하성, 최지만(이상 샌디에이고), 배지환(피츠버그) 등 한국 선수들이 빅리그에서 뛰는 걸 보면 내가 더 기쁘다. 후배들이 내가 꿈꾸던 무대에서 활약하는 모습에 대리 만족을 느끼기도 하고 이들의 표정만 봐도 정말 행복해 보인다. 경기 도중 춤을 추거나 선수들끼리 장난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재미있게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반면 우리는 왜 그러지 못할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야구의 본고장인 메이저리그의 시스템을 받아들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야구 규정도 새롭게 바꾸는데 말이다. 겉으로는 새로운 걸 받아들인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아마추어 야구 관계자들과 만나면 늘 하는 말이 있다. "아마추어와 프로는 다르다"고. 내 관점에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저건 프로니까 하는 거다" 이런 식으로 선을 긋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러닝 스로우 같은 경우에도 잘 던지면 잘 던진 거고 못 던지면 누가 그런 플레이를 하느냐고 혼낸다. 가르쳐주지 않는 플레이는 하지 말라고 하면서 잘하면 아무 말 안 하면서 실책을 범하면 박수 대신 질책부터 하는 게 다반사다.
최근 아마추어 경기를 보러 갔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모 선수가 실책을 범하자 곧바로 교체하는 것이었다. 실책을 한다고 곧바로 교체한다고 수비 능력이 좋아질까. 오히려 실책을 할까 봐 두려워하거나 공이 오지 않길 바라는 등 소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 실책을 하거나 삼진을 당한 뒤 덕아웃을 쳐다보는 선수들의 모습에 예전과 달라진 게 없구나 하는 씁쓸함마저 들었다. 야구를 해야 하는데 눈치만 보는 것 같았다. 실력 향상은커녕 하루하루 남의 시선만 의식하다가 야구를 그만두게 될 것이다.
이 모든 게 성적지상주의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성적을 내는데 급급하다 보니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하면 눈치를 보게 되고 성적을 내기 위해 눈치 보면서 아파도 아프다는 말을 못 하는 선수들이 많다. 그러니까 프로에 데뷔하자마자 수술대에 오르는 선수들이 많은 거다.
우리는 아직도 티칭을 너무 고집하는 것 같다.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보다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해 잠재 능력을 이끌어내는 게 코칭이다. 환경만 잘 만들어주면 스스로 깨닫고 더 열정적으로 하게 될 텐데. 한국 야구가 위기에 놓였다고 하는데 선수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게 우선이다.
야구는 멘탈 스포츠라는 걸 잘 알면서 왜 칭찬과 격려에 인색한가. 실수를 하더라도 박수를 보내고 더 잘할 수 있도록 다독여준다면 훌륭한 선수들이 더 많이 나올 것이다. 메이저리그의 최첨단 시스템만 도입할 게 아니라 야구를 즐겁게 대하는 자세부터 배우게 하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는가.
/채태인 타격 연구소 대표
# 채태인 타격연구소 대표는 2007년 해외파 특별지명으로 KBO리그에 데뷔해 삼성, 넥센, 롯데, SK에서 뛰었다. 통산 1241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9푼8리 1162안타 127홈런 678타점 481득점을 기록했다. 현역 은퇴 후 아마추어 지도자를 거쳐 현재 부산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야구 교실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