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했고 우려했던 일이 실제로 발생했다. 더블헤더 포함한 9연전을 치러야 하게 됐다.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운명이다.
지난 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롯데의 경기가 우천 취소됐다. 1일 경기에 이어 이틀 연속 우천 취소다. 1일 경기는 추후 재편성 될 예정이지만 2일 경기는 다르다. KBO는 지난 8월 5일부터 9월10일 사이 토요일 혹은 일요일 경기 중 한 경기가 취소될 경우 이어지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이날은 토요일이었고 결국 오는 4일 월요일에 경기가 재편성됐다.
그러나 월요일 경기가 문제가 아니었다. 두산 이승엽 감독 롯데 이정운 감독대행 모두, “하늘의 뜻, 순리에 따른다.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다”라는 말과 뉘앙스로 개의치 않아 했지만 내심 이날 경기를 치르기를 바랐고 월요일 경기는 피하고 싶어했다. 이유는 오는 9일 양 팀 모두 더블헤더가 잡혀있기 때문. 두산은 9일 잠실에서 삼성과 더블헤더를 치르고 롯데는 창원에서 NC와 더블헤더를 갖는다. 일요일인 3일 경기를 정상적으로 치른다는 가정을 하면, 양 팀은 다음 주까지 9연전 일정이 잡히게 된다.
이승엽 감독은 “기도라도 해야겠습니다”라면서 간절히 경기를 하기를 바랐다. 롯데 이종운 감독대행도 “우리도 경기를 하는 게 낫다”라고 말하며 내심 경기 개시의 뜻을 내비쳤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하늘은 양 팀 감독의 기도와 바람을 외면했다. 날이 맑기를 기도하는 ‘기청제’를 지냈지만 지옥의 행군이 확정됐다.
무엇보다 9연전을 치러야 하는 선수들의 상태를 걱정했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2일, “오늘 경기를 해야 한다. 월요일까지 경기를 하면 9연전이다. 더블헤더까지 하면 선수들이 죽는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두산 입장에서는 최승용(물집) 김동주(부진) 등으로 재편한 선발 로테이션마저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선발진 순번이 완전히 꼬였다. 당장 롯데전도 중요하지만 주중 있을 5위 KIA와의 중대 결전에 모든 초점을 맞춰놓고 있기에 이승엽 감독은 2일 경기의 취소가 난감하고 달갑지 않다. 5위 KIA가 7연승을 달리면서 현재 양 팀의 승차는 2.5경기 차이로 벌어진 상황.
이미 1일 경기가 취소되면서 KIA전에 집중할 것이라는 구상은 깨졌다. 브랜든(2일)-알칸타라(3일)의 원투펀치를 차례대로 롯데전에 출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마저도 여의치 않아졌다. 브랜든은 3일 경기에 일단 출격한다. 결국 브랜든은 KIA전에 완전히 나서지 못한다. 중대 일전에서 가장 확실한 선발 카드 하나를 못 쓰게 되면서 총력전 계획은 물거품됐다.
2일 경기를 치렀다면 브랜든이 4일 휴식 이후 7일 KIA전이라도 나설 수 있었지만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 알칸타라의 순번도 고심해 볼 대목이다. KIA전을 어떻게든 치르더라도 선발이 비어있는 실정에서 주말 삼성과의 더블헤더 포함 4연전도 어떻게 치를지 두산은 가늠할 수 없다. 이 감독은 “최승용은 급하게 할 수 없는 단계다. 아직 멀었다”라고 설명했다. 다음 주 선발 구상 자체가 완전히 어긋나게 됐고 여기에 야수들과 불펜진의 체력 부담까지 신경써야 한다.
5강이 절실한 7위 롯데도 마찬가지다. 롯데도 9연전을 치러야 한다. 위로 치고 올라가야 하는 시점에서 8위 삼성과 울산에서 3연전을 치르고 창원으로 이동해 4위 NC와 더블헤더 포함 4연전을 치른다. 두산이 4일 월요일 경기 이후 다시 서울로 이동해 잠실 6연전을 치르는 고행길을 펼쳐야 하지만 롯데는 그나마 울산과 창원을 오가게 되면서 이동거리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8위 삼성과의 간격을 벌리고 4위 NC와의 간격을 좁혀야 하는 롯데 입장에서 9연전이 당연히 달가울 리가 없다. 8위 삼성과는 현재 3.5경기 차, 4위 NC와는 7경기 차이다. 6위 두산과 승차는 3.5경기다. 당장 찰리 반즈도 두산 선발 브랜든과 마찬가지로 계속 선발 순번이 밀리면서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아졌다. 그래도 이 대행은 “우리도 힘들지만 상대도 힘들다”라면서 현 시점 최고의 선발 카드를 마냥 뒤로 미룰 수 없는 현실을 설명했다. 반즈도 브랜든과 마찬가지로 3일 선발로 에고됐다.
아울러 9연전을 치르면서 대체 선발도 필요해졌는데 이 대행은 “경기가 밀리면 또 새로운 선수가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새로운 선수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더블헤더가 있기 때문에 대체 선발로는 (한)현희, (심)재민이, (김)진욱이도 있다”라면서 대체 선발 후보군을 언급하면서 이들에게 희망을 걸었다.
여러모로 쉽지 않은 잔여 경기 일정이다. 모든 구단들이 힘든 건 마찬가지지만 올해 유독 KBO의 일정과 관련해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정규시즌 일정부터 쌓아왔던 불만이 잔여경기 일정이 공개되면서 더욱 폭발하는 모양새다.
돌이킬 수 없다. 결국 두산과 롯데는 9연전이라는 지옥의 행군 속에서 5강을 위한 중대 결전을 치러야 한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