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들의 무덤’ 쿠어스필드에서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은 살아남았지만 그의 ‘단짝 포수’ 대니 잰슨(28)은 치명적인 부상을 당했다. 어쩌면 두 선수가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다.
류현진은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5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3탈삼진 2실점 역투를 펼치며 토론토의 13-9 승리에 발판을 마련했다.
해발고도 1600m에 위치한 쿠어스필드는 공기 저항이 적어 타구가 멀리 뻗어나가는 타자 친화적인 구장으로 유명하다. 이날 경기 주심을 맡은 앙헬 에르난데스 심판은 일관성 없는 존으로 악명이 높다. 이런 두 가지 악조건 속에서 류현진은 흔들리지 않고 5이닝 2실점으로 잘 버텼다.
3회 엘리후리스 몬테로에게 맞은 투런 홈런을 맞았지만 나머지 4이닝은 큰 위기 없이 안정적으로 막았다. 최고 90.1마일(145km) 포심 패스트볼(37개)에 커터(17개), 커브(12개), 체인지업(10개)을 구사했다. 새로운 주무기가 된 커브 대신 커터 비중을 늘려 재미를 봤다.
최근 5경기 연속 2자책점 이하 투구를 이어간 류현진은 투구수 76개로 교체됐고, 평균자책점이 2.25에서 2.48로 올랐다. 무엇보다 불펜 난조로 시즌 4승이 날아간 게 아쉬웠다. 4-2 리드 상황에서 내려가 선발승 요건을 갖췄지만 6회 2사 1,2루에서 올라온 구원 제네시스 카브레라가 놀란 존스에게 역전 스리런 홈런을 허용했다.
하지만 류현진에게 더 큰 악재는 따로 있었다. 이날 류현진과 배터리를 이뤄 6회 2-2 동점에서 투런 홈런을 터뜨린 포수 잰슨이 불의의 부상을 당한 것이다. 6회 수비 중 콜로라도 타자 존스의 2구째 파울 타구에 오른손을 맞아 통증을 호소한 잰슨은 이닝 끝까지 수비한 뒤 7회 타석 때 대타 알레한드로 커크로 교체됐다.
캐나다 ‘스포츠넷’을 비롯해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잰슨은 X-레이를 찍었고,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 마디의 뼈가 골절된 것으로 확인됐다. 토론토 구단은 더 정확한 상태 파악을 위해 추가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트리플A에서 포수 타일러 하이네만을 콜업하기로 했다. 추가 검사 결과를 봐야겠지만 당분간 잰슨이 포수 마스크를 쓰기 어려워졌다.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은 “불행한 일이다. 꽤 이상한 부상이었다”며 “지금은 그런 부상이 한꺼번에 오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토론토는 이번 주에만 주전 3루수 맷 채프먼(손가락), 유격수 보 비셋(사두근)에 이어 잰슨까지 연달아 부상으로 이탈했다. 채프먼과 비셋은 조만간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잰슨은 골절이라 남은 시즌 한 달 내로 돌아오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2018년 메이저리그 데뷔 후 6년째 토론토에 몸담고 있는 잰슨은 올해 86경기 타율 2할2푼8리(268타수 61안타) 17홈런 53타점 OPS .786을 기록 중이다. 홈런 17개는 개인 최다 기록. 무엇보다 수비가 안정돼 2020년 류현진이 토론토에 온 뒤 가장 많은 호흡을 맞춘 포수다. 류현진은 토론토에서 4년간 55경기 중 41경기를 잰슨과 함께하면서 215⅓이닝 평균자책점 3.47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 부상으로 남은 시즌 잰슨과 더 이상 호흡을 맞추기 어려워졌다. 류현진에게도 악재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포수 커크와는 지난해 4월17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에서 딱 한 번 배터리를 이뤘으나 4이닝 6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1탈삼진 5실점으로 결과가 좋지 않았다. 하이네만과는 아직 한 번도 호흡을 맞춰본 적이 없다.
올 시즌을 끝으로 FA가 되는 류현진은 토론토를 떠날 가능성이 있다. 어쩌면 이날 쿠어스필드에서의 경기가 류현진-잰슨 배터리가 함께한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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