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찰리 몬토요 감독부터 현재 존 슈나이더 감독까지. 류현진(36)을 영리한 투수로 칭했다. 그리고 이 영리한 전략은 ‘투수들의 무덤’을 이겨내는데도 도움을 줬다.
류현진은 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리는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투구수 76개. 승패없이 물러났다.
이날 류현진은 다시 한 번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무엇볻 4년 만에 다시 찾은 ‘투수들의 무덤’ 쿠어스필드에서 만족스러운 결과와 마주했다. 이날 류현진은 잠시 제구가 흔들리는 모습이 있었고 쿠어스필드에서 피홈런도 기록했지만 5회까지 다시 한 번 역투를 펼치면서 제 몫을 다했다. 포심 35개 커터 19개 커브 12개 체인지업 10개를 구사했다. 포심 최고 구속은 90.1마일(145km), 평균 구속 87.9km(약 141.5km)를 기록했다.
올해 류현진의 주무기는 60마일 초중반대의 ‘무지개 커브’였다. 유인구와 결정구 모두 제대로 활용하면서 타자들의 혼을 쏙 빼놓았다. 올해 포심 30.2%, 체인지업 25.3%를 구사했고 그 다음 18.6%의 커브를 던졌다. 제 3구종이지만 이미지와 임팩트는 그 어느 때보다 달랐다. 커브 대신 제 3구종이었던 커터는 올해 11.3%까지 구사 비중이 줄었다.
그러나 이날 던진 해발 1600m 고지에 위치한 쿠어스필드에서는 다른 전략이 필요했다. 해발고도가 높은 쿠어스필드는 산소가 희박해 공기 저항을 덜 받아서 변화구는 덜 떨어지고 타구는 더 멀리 날아가는 구장 특성을 갖고 있다. 괜히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구장이 아니었다. 류현진도 쿠어스필드와는 악연이었다. 6경기 1승4패 평균자책점 7.09(26⅔ 21자책점)에 그쳤다. 쿠어스필드에서만 8개의 피홈런을 헌납했다. 피OPS는 무려 1.074에 달했다. 당연히 류현진의 주무기인 커브도 각도가 이전보다 완만해질 수 있는 위험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위협을 스스로 억제하는 볼배합을 선택했다. 경기 초반에는 커브를 최대한 억제했고 결정구로 활용하지 않았다. 올해 가장 적은 비중이었던 커터를 적극적으로 구사했다. 1회 에제키엘 토바와 엘리아스 디아즈를 연속 삼진으로 솎아낼 때 결정구는 모두 커터였다. 토바를 상대로는 3구 연속 커터를 던져 삼진을 이끌어 냈다. 2회에도 커터와 체인지업 조합으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어냈다.
3회에는 제구가 흔들렸고 엘리후리스 몬테로에게 투런포를 맞았고 이후 1사 2,3루 위기까지 몰렸다. 이때 위기를 벗어나게 한 공도 커터였다. 디아즈에게 커터를 던져서 투수 땅볼을 유도해내 한숨을 돌렸다. 이후 맞이한 2사 2,3루에서 좌티자 라이언 맥마혼에게 바깥쪽으로 커브를 떨어뜨리면서 헛스윙 삼진을 솎아냈다. 커브는 숨기고 있다가 가장 결정적인 순간 꺼내 들었다.
이날 포심 35개 커터 19개 커브 12개 체인지업 10개를 구사했다. 포심 최고 구속은 90.1마일(145km), 평균 구속 87.9km(약 141.5km)를 기록했다. 피홈런은 아쉬울 수 있다. 그러나 이전과 다른 전략으로 영리한 피칭을 선보였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냈다. 피홈런이 아쉬울 수 있지만 쿠어스필드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장타를 최대한 억제했다고 볼 수 있다. 5개의 홈런이 오간 경기였기에 홈런이 되려 상수라고 생각해야 했다. 이런 가운데 류현진은 영리한 배합으로 투수들의 무덤을 극복했다.
류현진이 영리한 투수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리고 류현진은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6회초 대니 잰슨의 투런포로 4-2로 앞서나가며 류현진에게 4연승 요건을 안겼다. 그러나 6회말 헤네시스 카브레라가 놀란 존스에게 역전 스리런 홈런을 얻어 맞으며 승리가 물건너 갔다. 그래도 7회초 대타 알레한드로 커크가 1사 만루에서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뽑아내며 역전에 성공, 13-9로 승리를 거뒀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