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을 올린 날, 메이저리그 최초 대기록을 세웠다.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26·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겐 잊을 수 없는 최고의 날이었다.
아쿠냐는 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치러진 2023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의 원정경기에서 2회 랜스 린에게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
시즌 30호 홈런과 함께 메이저리그 역대 최초로 30홈런-60도루 기록을 세웠다. 지난달 29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60도루를 넘기며 20-60을 달성한 데 이어 30홈런 고지도 넘겼다.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30홈런 이상 기록한 타자 중 60도루를 넘긴 것은 아쿠냐가 최초다.
앞서 1990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배리 본즈(33홈런-52도루), 1987년 신시내티 레즈 에릭 데이비스(37홈런-50도루)가 30-50을 달성했지만 30-60은 지금까지 없었다.
이날 아쿠냐의 30-60 기록은 경기 전 결혼식을 올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큰 화제가 됐다. ‘MLB.com’은 ‘아쿠냐가 30-60 클럽의 첫 회원이 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위대한 업적을 달성한 날에 결혼을 했다’며 시간문제였던 30-60 기록 달성보다 아쿠냐의 결혼 소식에 더 놀라워했다.
결혼은 이날 했지만 아쿠냐는 사실혼 상태로 아들이 둘이나 있다. 아내가 된 오랜 여자친구 마리아 라보르데와 그 사이에 2살 난 첫째 다니엘, 11개월 된 둘째 자말이 있다. ESPN에 따르면 아쿠냐와 아내는 4년 전에 처음 만나 연인이 됐고, 지난 1월 약혼을 했다. 올 겨울 고국 베네수엘라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비자 조건 떄문에 아내가 주말까지 미국을 떠나야 했고, 앞으로 3개월은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결혼을 서둘렀다. LA 원정 기간 급하게 개인 매니저를 통해 결혼식장을 예약하고 주례자를 찾았다. 현지시간으로 새벽 2시에 선수단과 함께 LA 숙소에 도착한 아쿠냐는 5시간을 자고 난 뒤 결혼식 장소인 LA 북부 지역 아구라힐스로 35마일(56.3km)을 운전해서 갔다.
갑작스럽게 진행함에 따라 소수의 지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두 아들도 함께했다. 아쿠냐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서프라이즈 같은 것이었다”며 결혼 사실을 인정한 뒤 “내게 큰 의미가 있다. 아이들은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아내는 (비자 문제로) 계속 왔다 갔다 해야 한다. 플레이오프와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는데 가족이 함께하지 못하면 정말 힘들다. 가족과 함께하고 싶다”고 결혼으로 아내의 비자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길 바랐다.
공식적으로 결혼을 한 날에 사상 첫 30-60 기록까지 세웠으니 최고의 날이 아닐 수 없다. 아쿠냐는 “정말 영광이다. 내가 좋아하는 야구를 매일 할 수 있게 해준 신에게 감사하다.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팀 동료들과 팬들을 위한 것이다. 우리 모두가 이 순간을 함께하고 있다”며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