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 하지만 간절했기에 더더욱 그런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가 우천취소되기에 앞서 전날 경기를 복기하면서 마무리 정철원의 기용에 대해 설명했다.
두산은 올해 유독 LG에 약하다. ‘잠실 라이벌’이라는 상징적인 경기들인데 이 경기들에서 2승9패로 절대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기고 있어도 뒤집힐 것 같고 지고 있으면 뒤집지 못하는 게 올해 두산의 LG전 양상이었다.
지난달 31일 열린 맞대결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두산은 6회 2사 후 양석환의 2루타와 김재환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그리고 8회초 1사 2,3루에서 양석환의 희생플라이로 추가점을 얻으며 2-0의 리드를 잡았다.
2이닝만 막으면 됐다. 그러나 2이닝은 커녕 리드는 1이닝도 가지 못했다. 선발 곽빈이 6이닝 115구 무실점 역투를 펼칬고 김명신이 8회 1사까지 1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내려갔다. 그러나 8회 1사 후 올라온 홍건희가 오스틴에게 추격의 솔로포를 허용했다. 이후 문보경 오지환에게 연속 안타를 얻어 맞으며 1사 1,3루 위기에 몰렸다.
결국 두산은 8회 1사였지만 마무리 정철원을 긴급히 투입했다. 그러나 정철원은 첫 타자 박동원의 기습적인 스퀴즈 번트를 대처하지 못하면서 3루 주자를 불러들였다. 두산 내야진도 허둥댔다. 9회에는 1사 후 홍창기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고 김현수의 타구를 2루수 강승호가 실책하며 2사 1,3루 위기에 놓이기도 했지만 오스틴을 삼진 처리했다. 정규이닝까지는 어쨌든 정철원이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리고 정철원은 10회에도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3번째 이닝이었고 이미 투구수는 23개를 기록하고 있던 상황. 선두타자 김민성은 포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했다. 하지만 오지환에게 9구 승부 끝에 우전 안타를 허용했다. 투구수는 36개까지 불어났고 그때서야 벤치는 투수를 박치국으로 교체했다. 그러나 박치국 이영하까지 투입된 상황에서 두산은 결국 박해민에게 끝내기 안타를 얻어 맞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마무리 정철원을 길게 밀어붙인 게 결과적으로는 패착이었다.
이승엽 감독은 그만큼 간절했다. 이날 패배로 LG전 5연패다. 이승엽 감독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경기였다. 두 번째 이닝에 올라갈 때까지 투구수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던질 수 있을만큼 던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비 예보도 고려를 했다. 하루 이틀 휴식을 주더라도 밀어붙이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정철원을 투입하고 패한 잔상은 짙게 남게 됐지만 그래도 여파를 최소화 할 수 있게 됐다. 이승엽 감독이 예상한대로 1일 롯데전은 우천 취소가 됐다. 36구를 던진 정철원도 하루 휴식 후 2일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이 감독은 “그래도 하루 쉬게 돼서 괜찮다”라고 애써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두산은 이날 우천 취소로 롯데와의 주말 시리즈를 브랜든(2일)-알칸타라(3일)로 재조정할 수 있게 됐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