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먼 얘기일 수도 있지만 당장 뚜렷한 대체자원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들이 없을 경우 미래가 까마득하다. 래리 서튼 전 감독은 이들은 ‘배트맨과 로빈’이라고 칭했다. 롯데 불펜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10년의 동반자인 구승민(33)과 김원중(30)의 프리에이전트(FA) 자격 취득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 롯데는 이 상황을 걱정해야 한다.
롯데는 올해 9연승을 비롯해 초반 ‘3강 체제’의 일원이었지만 추락을 거듭하며 지금은 힘겨운 5강 싸움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코칭스태프 간의 내분으로 홍역을 치렀고 이후 래리 서튼 감독까지 건강 상의 이유로 자진 사퇴까지 했다. 역대급 롤러코스터 시즌이면서 어수선한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후 김원중이 8월2일, 사직 NC전에서 통산 96세이브를 기록, 선배인 손승락(95세이브)의 구단 최다 세이브 기록을 넘어섰다. 이후 8월 16일 사직 SSG전에서 역대 21번째, 그리고 구단 최초의 통산 100세이브 기록까지 수립했다.
구승민은 한 발 더 나아갔다. 8월31일 대전 한화전에서 시즌 20홀드 째를 기록, KBO 역사상 단 2명 밖에 없는 4년 연속 20홀드 기록까지 채웠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꾸준함으로 얻은 성과다. 구승민에 앞서 최초의 기록을 수립한 선수는 통산 홀드 1위(177개) 안지만으로 삼성 소속으로 2012~2015년까지 기록한 바 있다.
이렇듯 구승민과 김원중은 롯데 구단 역사에서 손꼽히는 불펜 듀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원중이 광주동성고를 졸업하고 2012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입단했다. 1년 뒤인 2013년, 구승민이 홍익대를 졸업하고 신인드래프트 6라운드 전체 52순위로 지명을 받았다. 1년 차이로 롯데 선수가 된 이들은 군 입대 등으로 공백기가 있었지만 10년 여를 함께 동고동락했고 성장했다. 그만큼 두 선수의 사이는 각별하고 유별나다.
야수진을 이끄는 선수가 전준우(38)와 안치홍(33)이라면 투수진의 리더십은 김원중과 구승민에게서 나온다. 롯데 불펜, 롯데 투수진에서 구승민과 김원중의 영향력을 빼놓으면 롯데 마운드 실체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 그만큼 중요하고 그 어떤 선수들보다 대체불가 자원이다.
누적 기록을 쌓고 있는 가운데 올해 기록들도 훌륭하다. 구승민은 58경기 2승5패 3세이브 20홀드 평균자책점 3.81(54⅓이닝 23자책점) 58탈삼진, 김원중은 50경기 5승4패 24세이브 평균자책점 2.61(51⅔이닝 15자책점) 66탈삼진을 기록 중이다.
최준용 최건 진승현 김진욱 김창훈 그리고 팔꿈치 수술에서 돌아올 이민석 등 파이어볼러들이 많지만 당장 구승민과 김원중 없는 마운드는 앞날이 깜깜해질 수밖에 없다. 구위와 위닝샷, 위기대처능력과 경험 등을 비교했을 때 구승민과 김원중을 따라올 투수를 당장 찾기 힘들다.
롯데 내부적으로 이들의 가치를 높게 평가는 하고 있다. 그러나 그에 앞서 실탄을 얼마나 갖고 있을지가 관건이다. 당장 올해 유강남(4년 80억 원) 노진혁(4년 50억 원) 한현희(3+1년 최대 40억 원)에게 쏟은 170억이 극악의 가성비로 돌아오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 그룹이 다시 지원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아울러 올 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는 불펜 자원들이 어떤 대우를 받느냐에 따라 김원중과 구승민 듀오의 가치도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올 시즌이 끝나면 김재윤(33⋅KT) 홍건희(31⋅두산) 함덕주(28⋅LG) 등의 불펜 자원들이 FA 자격을 얻고 시장에 나온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