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타선이 약한데 외국인 타자는 벤치만 지켰다. 한화가 올 시즌 팀 최다 7연패 수렁에 빠진 가운데 닉 윌리엄스(30)는 2경기 연속 결장했다.
윌리엄스는 지난달 31일 대전 롯데전에서 9회 2사 후 대기 타석에 모습을 드러냈다. 9번 오선진 타석에 대타를 준비했지만 8번 권광민이 헛스윙 삼진을 당하면서 경기가 한화의 2-5 패배로 끝났다. 윌리엄스는 대기 타석에서 몸만 풀다가 나갔다.
브라이언 오그레디의 대체 선수로 지난 6월말 한화에 합류한 윌리엄스는 8월10일까지 첫 24경기에서 타율 1할7푼8리(95타수 17안타) 3홈런 9타점 OPS .512로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하지만 11일 대전 두산전부터 20일 대전 KT전까지 9경기 연속 안타로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이 기간 타율 3할8푼5리(39타수 15안타) 1홈런 9타점 OPS .943으로 맹타를 쳤고, 타순도 6~7번에서 2번으로 수직 상승했다. 테이크백 동작을 줄여 히팅 포인트를 앞으로 당기면서 KBO리그에 적응을 하는 것 같았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22일 대전 삼성전부터 25~26일 광주 KIA전까지 3경기에서 10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면서 27일 KIA전에는 결장했다.
타격도 타격이지만 외야 수비도 불안했다. 타구 판단과 첫발 스타트가 늦어 앞으로 달려들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들도 일찍 포기했다. 타구 처리도 불안해 한 베이스를 더 내주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윌리엄스가 현재 타격 컨디션이 좋지 않고, 수비도 우리 스태프 평가로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연패 중인데 타격 컨디션도, 수비도 안 좋은 선수를 스타팅으로 낼 순 없다. 타격 컨디션이 올라오면 지명타자로 쓰거나 경기 후반 장타를 기대해야 할 때 대타로 나가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최근 들어 공격보다 수비에 치중한 라인업을 가동하고 있다. 그동안 공격 위주 라인업으로 구성해봤지만 팀 타율(.238), OPS(.668) 바닥을 벗어나지 못했다. 냉정한 현실을 확인한 뒤 견고한 수비로 마운드를 돕는 ‘지키는 야구’로 방향을 틀었다. 최 감독은 “우리가 공격보다 수비 지표가 조금 더 낫다. 마운드를 안정화해서 실점률을 낮추는 방향으로 운영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고 남은 시즌 운영 방식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외야 수비가 불안한 윌리엄스는 붙박이 선발로 출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명타자는 채은성, 김태연이 번갈아 들어갔다. 그럼 대타로라도 써야 하는데 2경기 내내 벤치만 지켰다. 27일 KIA전은 7회 오선진이 같은 내야수 이도윤 타석에 대타로 나갔다. 31일 롯데전은 6회 최인호, 7회 권광민이 대타 투입됐다. 같은 외야수들이라는 점에서 윌리엄스가 우선 순위에서 밀린 셈이다.
7연패 기간 한화는 팀 타율 1할6푼1리로 총 16득점에 그쳤다. 평균 2.3점으로 심각한 수준. 노시환과 채은성마저 주춤하면서 타선이 완전히 죽었다. 연패가 길어지면서 9위 한화는 10위 키움에도 2경기 차이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4년 연속 꼴찌라는 최악의 공포가 엄습하는 상황에서 타선에 힘이 돼야 할 외국인 타자마저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속 터질 노릇이 아닐 수 없다.
KBO리그 데뷔 두 달이 지났지만 윌리엄스의 성적은 36경기 타율 2할2푼2리(144타수 32안타) 4홈런 18타점 OPS .596. 삼진 37개를 당하는 동안 볼넷은 단 1개를 얻는 게 그쳤다. 50타석 이상 들어선 리그 전체 타자 178명 중 가장 낮은 볼넷율(0.7%)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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