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외국인 투수 교체가 대성공했다. 트리플A 평균자책점 6점대(6.51) 투수였지만 한국에 와서 1점대(1.69)로 탈바꿈했다. 대체 외국인 투수로 롯데에 온 애런 윌커슨(34)이 5강 희망을 버리지 않은 팀의 구세주로 떠올랐다.
윌커슨은 지난 8월31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등판, 6이닝 5피안타 1사구 10탈삼진 2실점(무자책) 호투로 롯데의 5-2 승리를 이끌었다. KBO리그 데뷔 후 가장 많은 113구를 던지며 롯데의 7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래리 서튼 감독이 물러난 뒤 이종운 감독대행 체제에서 거둔 첫 승이기도 했다.
경기 전 이종운 감독대행은 윌커슨에 대해 “제구가 좋은 투수다. 공 한두 개 정도 넣었다 빼는 투구를 할 수 있다. 상대 타자들이 치기 쉽지 않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상대팀 최원호 한화 감독도 “존이 넓은 심판이 주심을 보면 치기 어려운 투수”라며 “퀵모션도 1초1대로 엄청 빠르다”고 경계심을 나타냈다.
이날 주심을 맡은 전일수 심판이 전체적으로 넓게 보면서 윌커슨이 날개를 달았다. 좌우 보더라인에 걸치거나 살짝 벗어난 공에 한화 타자들의 배트가 따라나왔다. 주심의 넓은 존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커맨드가 빛났다.
직구 구속은 최고 150km까지 나왔지만 평균 145km로 불같은 강속구는 아니었다. 하지만 공을 숨겼다 빠르게 넘어오는 디셉션 동작이 좋아 처음 상대하는 한화 타자들이 무척 낯설어했다. 눈높이로 들어오는 하이 패스트볼에 연신 배트가 헛돌았다. 탈삼진 10개 중 6개가 직구로 잡아낸 헛스윙 삼진. 여기에 앞선 6경기보다 구사 비율을 높인 커브로 허를 찔렀다. 홈런 1위 노시환도 1회, 3회 윌커슨의 커브에 각각 루킹,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3회 자신의 1루 견제 악송구 포함 연이은 수비 실책으로 2점을 내주긴 했지만 모두 비자책점이었다. 4회 1사 1,2루, 6회 2사 2루 위기를 넘기며 추가 실점을 하지 않은 윌커슨은 7경기 만에 5번째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했다.
댄 스트레일리의 대체 선수로 롯데에 합류한 윌커슨은 지난 7월26일 잠실 두산전에서 데뷔한 뒤 이날까지 7경기에서 3승1패 평균자책점 1.69로 활약하고 있다. 42⅔이닝을 던지며 삼진 42개를 잡았고, 볼넷은 6개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WHIP 0.96, 피안타율 2할1푼9리. 7경기 모두 3자책점 이하로 안정적이다.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경험 효과인지 퀵모션도 빨라 도루 허용도 아직 없다.
윌커슨은 지난해 일본 한신 타이거즈 소속으로 14경기(70⅔이닝) 5승4패 평균자책점 4.08 탈삼진 54개를 기록했다. 5월 월간 MVP(3승1패 1.04)에 선정될 정도로 임팩트도 보여줬지만 6월 이후 성적이 떨어졌다. 8월에 코로나19 확진으로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고, 2군에서 시즌을 마쳤다.
한신과 재계약에 실패하며서 미국으로 돌아간 윌커슨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산하 트리플A 라스베가스 에비에이터스 소속으로 14경기(6선발·47이닝) 3승2패 평균자책점 6.51로 고전했다. 타고투저로 악명 높은 퍼시픽코스트리그(PCL)라는 것을 감안해도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한국에서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윌커슨은 “트리플A에서는 로봇 심판, 피치 클락 등 새로운 룰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에서 ‘리얼 베이스볼’을 할 수 있게 돼 너무 좋다”고 말했는데 그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빠르게 증명해 보이고 있다. 5위 KIA에 5경기 뒤진 7위로 처진 롯데이지만 아직 가을야구를 포기하지 않았고, 그 중심에 바로 윌커슨이 있다. 롯데는 윌커슨이 나선 7경기에서 5승2패, 승률 7할1푼4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