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경기 대장정을 치르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갈수록 휴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선수 관리와 보호의 시대라 주축 선수들은 정기적으로 쉰다. 야수들은 한 번씩 돌아가며 완전히 경기에 빠져 쉬거나 지명타자로 수비 휴식을 갖곤 한다.
선수층이 두꺼운 LA 다저스도 선수들에게 번갈아가며 휴식을 제공하는 것에 적극적인 팀이다. 그런데 이런 휴식을 거부한 선수가 있으니 바로 중심타자 프레디 프리먼(34)이다. 지난달 31일(이하 한국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시즌 25호 홈런과 51호 2루타로 2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끈 프리먼은 이날까지 다저스의 올 시즌 132경기 모두 1루수로 선발출장했다.
프리먼은 지난해에도 159경기를 뛰면서 3경기에만 결장했다. 다저스의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우승이 확정된 뒤 휴식 차원에서 3경기 빠졌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강제 휴식이었다.
지난해 9월15일 지구 우승이 결정된 날에도 프리먼은 축하 파티에서 샴페인을 입에 대지 않았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에게 문자 6통을 보내며 다음날 정상 출장 의지를 보였지만 로버츠 감독이 억지로 프리먼을 벤치에 눌러앉혔다.
프리먼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시절부터 큰 부상이 아니면 꾸준히 경기를 뛰는 선수로 유명했다. 2014년, 2018년 두 차례 162경기 모두 출장했다. 커리어 14시즌 중 130경기 이상 출장이 올해 포함 10시즌이다. 2002년 코로나19 단축 시즌 때도 60경기를 다 뛰었다.
프리먼과 2년째 팀 동료로 함께하고 있는 다저스 3루수 맥스 먼시는 지난달 23일 야구 전문 팟캐스트 ‘파울 테리토리’에 나와 “프리먼은 진짜 올드스쿨”이라며 “아프거나 무슨 일이 있어도 매일 라인업에 들어가 경기에 나가는 것이 프리먼의 룰이다. 그가 온 뒤로 팀 문화가 많이 변했다. 원래 우리는 선수들에게 휴식 주는 것을 면밀하게 보는 팀이었는데 프리먼이 더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해서 문화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프리먼은 지난해 3월 다저스와 6년 1억6200만 달러(약 2143억원) 대형 FA 계약을 체결했다. FA 장기 계약을 맺은 뒤 성적이 떨어지거나 부상을 핑계로 쉬엄쉬엄하는 선수들이 많은데 프리먼은 다르다. 30대 중반 나이가 FA 계약 우려 요소였지만 프리먼은 누구보다 건강하게 경기를 빼먹지 않고 톱클래스 성적을 내고 있다.
계약 첫 해였던 지난해 타율 3할2푼5리(612타수 117안타) 21홈런 100타점 117득점 출루율 .4076 장타율 .511 OPS .918로 활약하며 NL 안타, 득점, 출루율 1위에 올랐다. NL MVP 투표에서도 4위. ‘프리먼 효과’ 속에 다저스 역시 구단 역대 최다 111승(51패 승률 .685)으로 역대급 시즌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