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저도 모르고, 아무도 모릅니다.”
지난달 29일(이하 한국시간) ‘아리랑코리아TV’와 인터뷰에서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한 말이다. 시즌 후 FA 거취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한 뒤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현재 몸담고 있는 토론토에 대해선 “날씨가 굉장히 좋고, 한인 분들도 많아 힘이 된다. 안전하기도 하고, 너무 좋은 곳인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류현진 스스로도 궁금한 모양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 FA 계약이 만료되는 류현진은 다시 FA가 된다. 지난해 6월 토미 존 수술을 받을 때만 하더라도 FA로서 가치는 절망적이었지만 기적적으로 돌아와 건재를 알리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지난 2일 복귀한 류현진은 5경기에서 3승1패 평균자책점 2.25 WHIP 1.00을 기록 중이다. 24이닝 동안 삼진 20개를 잡으며 볼넷을 5개밖에 내주지 않았다.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88.5마일(142.4km)로 수술 전 풀타임 시즌인 2021년 88.9마일(144.7km)을 회복하지 못했지만 송곳 제구가 살아있다.
커브를 새 주무기로 장착하면서 더욱 까다로운 투수가 됐다. 패스트볼은 느리지만 타이밍을 빼앗는 체인지업에 그보다 더 느린 커브를 섞어 던지며 타자들을 교란시키고 있다. 아직 5경기 24이닝으로 표본이 많지 않지만 갈수록 좋은 투구를 하면서 계산이 서는 선발투수로 시장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류현진이 어디로 갈지는 자신도 모르지만 FA 가치가 오르고 있다는 사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메이저리그도 선발투수들에 대한 수요는 늘 넘친다. 36세 나이는 불리한 요소이지만 지금 페이스라라면 1~2년 단기 계약으로 평균 1000만 달러, 총액 2000만 달러 이상 계약까지 노려볼 만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43세 현역 최고령 투수 리치 힐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1년 800만 달러에 계약했다. 39세 잭 그레인키는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1년 85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37세 동갑내기인 코리 클루버와 조니 쿠에도도 각각 보스턴 레드삭스, 마이애미 말린스와 1년 계약을 하면서 1000만 달러, 850만 달러를 받았다. 내년에 37세가 되는 류현진의 기준점이 된다.
이 투수들은 FA 시즌에 모두 120이닝 이상 던지며 내구성을 보여줬다. 이에 비해 류현진의 이닝이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리스크를 떠안는 팀은 항상 나왔다. 2021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1경기 1⅓이닝만 던지고 토미 존 수술고 재활하던 제임스 팩스턴은 오프시즌에 보스턴과 1+2년으로 보장 1000만 달러에 계약했다. 클루버 역시 2020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1경기 1이닝 만에 어깨 부상으로 시즌이 일찍 끝났지만 뉴욕 양키스와 1년 1000만 달러에 사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