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직전 TV 자막을 통해 자신이 웨이버 공시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충격 속에서 경기를 뛴 외야수 해리슨 베이더(29)는 품격을 잃지 않았다. “뉴욕 양키스에서 뛴 모든 순간을 사랑했다”며 고향팀에 변함없는 애정을 표했다.
베이더는 지난 30일(이하 한국시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원정경기에 6번타자 중견수로 선발출장,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양키스가 4-2로 승리한 이날 경기는 양키스 선수로서 베이더의 마지막 순간이 될 수 있다. 양키스로부터 웨이버 공시된 것이다.
‘MLB.com’에 따르면 베이더는 이날 경기 전 구장 내 식당에서 TV 화면 하단에 나온 자신의 이름을 보곤 깜짝 놀랐다. 양키스가 자신을 웨이버 공시한다는 소식이었다. 뉴욕 매체 ‘뉴스데이’에서 최초로 보도하고, ‘MLB.com’이 소식통을 통해 확인한 이 소식을 양키스는 공식화하지 않았다.
충격 속에서도 경기에 나선 베이더는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웨이버를 둘러싼 불확실한 상황으로 경기에 집중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놓은 베이더는 “무슨 일이 일어났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지만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뛴 것만으로도 축복이었다. 완벽한 선물이었다”고 말했다.
뉴욕 브롱스빌 출신인 우투우타 중견수 베이더는 지난 2017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빅리그 데뷔했다. 2021년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며 수비력을 인정받은 베이더는 지난해 8월3일 트레이드 마감시한 때 좌완 투수 조던 몽고메리와 유니폼을 바꿔입으면서 꿈에 그리던 고향팀으로 왔다.
베이더는 “뉴욕 출신으로서 뉴욕 양키스는 물론 빅리그에서 뛰게 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양키스에서 뛴 기회는 정말 대단했다. 이곳에서 뛴 모든 순간을 사랑했다”며 웨이버 소식을 접한 뒤에도 고향팀에 애정을 보였다.
베이더는 양키스로 온 뒤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했다. 족저근막염, 복사근, 햄스트링 부상으로 공백이 길었다. 지난해 이적 후 14경기 출장에 그쳤고, 올해도 83경기 타율 2할3푼9리(285타수 68안타) 7홈런 37타점 16도루 OPS .640으로 타격 생산력이 기대에 못 미쳤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5위(64승68패 승률 .485) 꼴찌로 처지면서 가을야구가 멀어진 양키스는 남은 시즌 젊은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MVP 출신 3루수 조쉬 도널드슨을 이날 방출했고, 베이더도 웨이버 공시했다. 웨이버 기간 원하는 팀이 나오면 양키스는 베이더의 연봉 520만 달러 중 잔여 금액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웨이버 클레임은 현재 메이저리그 전체 순위의 역순으로 진행된다. 9월1일까지 클레임이 이뤄져야 새로운 팀에서 포스트시즌 출전 자격을 얻는다. 베이더를 원하는 팀이 없으면 그대로 양키스에 남는다. 다만 시즌 후 FA 자격을 얻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양키스와 작별이 머지않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