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서튼 감독이 물러나면서 임시로 롯데 지휘봉을 잡은 이종운(57) 감독대행은 주장 안치홍(33)에게 많은 의지를 하고 있다. 이종운 대행은 “주장이 팀 리더다. 리더가 팀을 이끌어줘야 한다. 치홍이한테 그런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 대행은 안치홍과 남다른 인연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지난 2008년. 경남고를 고교야구 최강으로 이끌며 청소년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이 대행은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한국의 마지막 청소년 대표팀 우승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는데 당시 주축 멤버가 서울고 안치홍이었다. 안치홍은 광주일고 허경민(두산), 경북고 김상수(KT), 경기고 오지환(LG)과 함께 고교야구 유격수 4대 천왕으로 불렸다. 청소년 대표팀에선 3번타자 3루수로 공수에서 활약하며 한국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15년 전 인연이 돌고 돌아 롯데에서 다시 이어졌다. 올 시즌을 앞두고 퓨처스 감독으로 롯데에 돌아온 이 대행은 지난 6월27일 1군 수석코치로 올라왔다. 그리고 지난 28일 서튼 감독이 자진 사퇴하면서 감독대행으로 다시 롯데 지휘봉을 잡았고, 주장 안치홍과도 감독과 선수로 재회했다.
이 대행은 “치홍이와는 청소년 대표팀 때 같이 한 적이 있다. 아무래도 같이 안 해본 선수보다는 조금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며 “경기는 선수들이 해야 한다. 치홍이가 선수들을 잘 이끌어줄 것이다”고 믿음을 보냈다.
“엄격하셨던 분으로 기억한다”고 청소년 대표팀 시절 이 대행을 떠올린 안치홍은 “감독님이 수석코치로 오셨을 때부터 그런 얘기를 많이 했다. 인연이 있기 때문에 더 편하게 제게 기대감을 비치시는 것 같다”며 “그때는 고교 아마추어 시절이고, 지금은 프로인 만큼 상황이 많이 다르긴 하다”고 이야기했다.
15년 전 청소년 대표팀 우승을 이끌었던 감독과 선수가 이제는 위기에 빠진 롯데를 구해야 한다. 최근 7연패 수렁에 빠져 5위 KIA와 격차가 7경기로 벌어진 7위 롯데에는 이제 36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뒤집기 어려운 차이지만 포기할 격차는 아니다. 이 대행도 “경기가 얼마 안 남았다고 하는데 제 생각에는 충분하다”며 “해줘야 할 선수들이 해줘야 한다”고 안치홍을 키플레이어로 가장 먼저 꼽았다.
팀 분위기를 다잡는 것부터 경기를 이끌어가는 중심타자 역할까지 안치홍의 몫이 크다. 그는 “감독님께서 저를 포함한 고참 선수들과 같이 분위기를 잘 가져가는 방향으로 얘기하셨다. 아직 시즌이 남아있고, 프로 선수라면 기회가 있을 때 포기하면 안 된다. 다시 분위기를 끌어올리면 팀 성적이나 그 외적으로 보여지는 방향도 달라질 것이다”며 “늦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아직 기회가 남아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을 마치고 두 번째 FA가 되는 안치홍은 101경기 타율 2할9푼7리(357타수 106안타) 6홈런 53타점 OPS .778로 허약한 롯데 타선에서 분전하고 있다. 특히 8월 19경기 타율 3할7푼1리(70타수 26안타) 3홈런 12타점 OPS 1.037로 타격감을 바짝 끌어올렸다.
안치홍은 “감을 못 잡았을 때는 위축된 타격을 했던 것 같다. 지금은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 있게 스윙을 돌리고 있다. 실투를 놓치지 않다 보니 좋은 타구로 연결되고 있다. 그걸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주장을 맡은 만큼 개인적으로 중요한 것보다는 팀이 어떻게 하면 잘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이 더 크다. 빈말이 아니라 끝까지 팀 성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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