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지기 편하다고 하네요".
KIA 타이거즈 2023 시즌 포수 운용 명단에는 그 이름이 없었다. 지난 연말 군에서 갖 제대한 육성선수 신분이었다. 한승택과 주효상이 포진한 1군 포수들이 개막 이후 계속 문제가 생겼다. 수비가 되지 않고 타격도 되지 않았다. 그러다 부상까지 당했다. 신범수가 올라와 인상적인 활약을 했고 김선우도 힘을 보탰다.
외롭게 퓨처스 팀에서 포수로 뛰었던 한준수는 마지막 남은 콜업 후보자였다. 나홀로 퓨처스팀에 남아 주전 포수 노릇을 했다. 퓨처스 팀에서 좋은 보고가 1군으로 올라갔다. 드디어 6월25일 콜업 전화를 받았다. 2018년 1차지명자로 입단 2년차 2019년 7경기 뛴 이후로 4년 만의 1군행이었다.
계속 벤치만 지키다 두 경기에서 대수비로 잠깐 모습을 보였다. 7월에는 한 타석씩 두 경기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김태군이 삼성에서 트레이드로 이적한 날 선발포수로 나섰다. 한준수는 루키 윤영철과 호흡을 맞추며 홈런, 2루타, 단타에 3타점까지 올리며 데뷔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이 경기를 기점으로 한준수라는 이름이 팬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듬직한 체구(184cm, 95kg)를 갖춘 1차지명 포수의 등장에 관심이 커진 것이다. 다음 경기부터 주전 마스크는 김태군이 맡았다. 계속 벤치만 지켰다. 대신 매일 김상훈 배터리코치와 훈련을 하며 기량을 키웠다.
이제는 윤영철 전담포수로 나서고 있고, 점점 다른 투수들과 호흡도 맞추며 기회의 문을 넓히고 있다. 김종국 감독이나 구단도 한준수를 키워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여전히 많은 부분이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강심장에 수비력이나 타격도 재능을 보였다. 차세대 주전포수로 인정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8월30일까지 67일동안 1군 엔트리를 유지하고 있다. 23경기 출전했으나 백업인터라 38타석에 불과했다. 38타수 9안타(.237) 1홈런 2루타 2개 6타점을 기록중이다. 우등 성적은 아니지만 입단 6년만에 잡은 1군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타도 매일 펼치고 있다. 입대전 관리에 소홀했던 한준수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30일 NC와의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된 이후 인터뷰에 응한 한준수는 1군생활에 대해 "아직 1군 선수라는 생각은 안했다. 잘하면 계속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아직 멀었다. 내년이든 내후년이든 계속 꾸준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지금은 체력적으로 괜찮다. 매경기 나가고 싶다. 즐겁고 많이 배워가고 있다"며 밝혔다.
아울러 "덩치가 좋아서 투수들이 편하다고 한다. 나의 장점일 수도 있다"며 웃었다. "훈련도 많이 하고 있고 경기도 계속 나가니까 배우는 점이 있다. 특정 상황이나 플레이 등 부딪히면서 실력이 느는 것이 있다. 훨씬 많이 배워가고 있다. 힘들어도 이겨내면 다 내것이는 마음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준수는 입대전 4년의 허송세월이 아까운 모양이다. 잠재력과 재능이 있는데도 살리지 못했다. 100kg가 훌쩍 넘을 정도로 자기관리에 소홀했다. "군대 간다고 생각하니 관리를 못했다. 군복무를 하며 다시 복귀하면 잘하자는 마음으로 훈련을 열심히 해 25kg 감량했다. 전역하고 팀에 합류하니 야구에 간절하더라. 야구만 생각했다. (입대전까지 4년) 그 시간이 정말 아깝다"며 웃었다.
김상훈 배터리 코치와 김태군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때로는 혼도 나고 있다. "프로를 오래하셨으니 뭐든 듣고 최대한 선배님 따라다니면서 이야기 많이 듣고 있다. 혼난 적도 있었다. 제가 경기장에서 어리버리하고 있으면 한번씩 잡아주신다. 나에게는 엄청난 행운이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어떤 포수가 될 것인지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광주출신이다. KIA에서 야구를 끝날때까지 열심히해서 내 이름이 기억되겠다. 학교다닐때부터 강민호 선배를 좋아했다. 내 이름을 알리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매경기마다 열심히하는 모습 보여주어야 내년 기회가 있다. 안다치고 시즌 끝날때까지 잘하는 모습 보이겠다. 지금부터 시작이다"며 각오를 다졌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