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주장 안치홍(33)은 지난 28일 대전 원정 이동을 앞두고 부산 사직구장을 일찍 찾았다. 이날 자진 사퇴한 래리 서튼 전 감독과도 짧게 만나 인사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안치홍은 “선수들이 잘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죄송하다”며 서튼 전 감독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30일 대전 한화전이 우천 취소된 뒤 취재진을 만난 안치홍은 “서튼 감독님 몸이 조금 안 좋으셨던 것은 작년에도 알고 있었다”며 “(28일) 일찍 출근해 따로 살짝 뵙긴 했는데 시간이 길진 않았다. 고생 많으셨고, 건강 챙기셨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서튼 감독도 “앞으로 계속 화이팅하라”며 안치홍을 격려했다.
팀의 주장으로서 시즌 도중 감독을 떠나보낸 것에 대한 책임감을 크게 느낀다. 마음이 무척 무겁지만 아직 롯데에는 36경기가 더 남아있다. 5위 KIA에 5경기 차이로 뒤진 7위로 뒤집기 쉽지 않지만 불가능한 격차는 아니다.
안치홍은 “선수로서 감독님께 미안한 마음이 가장 크다. 그래도 아직 시즌이 남아있고, 말 그대로 프로 선수다. 목표가 있고, 기회가 있다면 포기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선수들끼리 모여서 처져있는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자고 얘기했다. 분위기가 올라오면 팀 성적이나 그 외적으로 보여지는 방향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롯데는 4월말부터 9연승을 질주하며 5월초까지 단독 1위를 질주할 정도로 페이스가 좋았다. 그러나 5월 중순부터 점차 그래프가 꺾이기 시작하더니 8까지 3개월째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치홍은 “한 시즌 하다 보면 연승과 연패는 늘 있는 일이다. 다만 시즌 초반에 비해 부담이 생기며 활발하지 못한 움직임을 보였다. 선수 각자가 결과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씩 갖고 있다”며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 시점부터 그걸 깼으면 좋겠다. 초반에도 두려움이나 결과에 대한 생각 없이 부딪쳤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돌아봤다.
이종운 롯데 감독대행도 주장 안치홍을 키플레이어로 꼽으며 베테랑으로서 역할을 당부했다. 이종운 대행은 “주장 (안)치홍이가 리더로서 팀을 이끌어줘야 한다. 치홍이도 지금 상황을 잘 알고 있다”고 기대했다.
안치홍은 “이종운 감독님께서도 저를 포함해 고참 선수들과 같이 분위기를 잘 가져가는 방향으로 얘기하셨다. 늦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아직 기회가 있는 만큼 끝까지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할 것이다”며 시즌 마지막까지 가을야구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