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넷과 폭투를 가장 많이 범한 투수가 사이영상을 넘본다. 김하성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동료인 좌완 투수 블레이크 스넬(31)이 흔치 않은 도전에 나서고 있다.
스넬은 지난 29일(이하 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7이닝 2피안타 5볼넷 9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샌디에이고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11승(9패)째를 거두며 평균자책점을 2.73에서 2.60으로 낮췄다.
결과는 좋았지만 과정은 불안했다. 1회 1사 후 연속 볼넷으로 주자를 쌓았고, 3회에도 1사 1루에서 폭투로 득점권 위기가 이어졌다. 4회에는 무사 1루에서 폭투와 연속 볼넷으로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위기 관리 능력으로 무실점 투구를 했지만 볼넷 5개와 폭투 2개로 제구가 깔끔하진 않았다.
이날까지 스넬은 올 시즌 27경기에서 149이닝을 던지며 11승9패 평균자책점 2.60 탈삼진 193개 피안타율 1할9푼2리를 기록 중이다. 내셔널리그(NL) 평균자책점·피안타율 1위, 탈삼진 2위, 다승 공동 7위로 잭 갤런(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스펜서 스트라이더(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함께 사이영상 후보로 떠올랐다. 사이영상을 예측하는 톰 탱고 사이영 포인트에서도 스넬이 61.8점으로 스트라이더(56.3), 갤런(54.9)을 앞서고 있다.
평균 95.4마일(153.5km) 포심 패스트볼에 파워 커브를 뿌리는 좌완 파이어볼러 스넬은 고질적인 제구 약점이 있다. 올해 양대리그 통틀어 가장 많은 85개의 볼넷, 12개의 폭투를 기록 중이다. 9이닝당 볼넷도 5.1개로 8시즌 개인 커리어 통틀어 2016년(5.2개) 시인 시절 이후 두 번째로 많다.
볼넷으로 계속 주자를 내보내지만 9이닝당 11.7개에 달하는 탈삼진 능력을 앞세워 실점을 억제하고 있다. 득점권 피안타율도 1할6푼7리에 불과하다. 누상에 내보낸 주자를 실점으로 연결시키지 않고 그대로 묶어둔 잔루율도 전체 1위(85.7%)로 위기관리능력을 뽐내고 있다.
지금까지 메이저리그에서 최다 볼넷을 주고 사이영상을 받은 투수는 2명 있다. 지난 1958년 뉴욕 양키스 밥 털리, 1959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얼리 윈으로 9이닝당 볼넷은 각각 4.7개, 4.2개였다. 올 시즌 스넬은 5.1개로 두 투수를 능가한다. 볼넷과 함께 폭투까지 최다 기록을 하면서 사이영상을 받은 투수는 없었다. 스넬이 최초 기록에 도전하는 셈이다.
‘MLB.com’은 ‘스넬은 평균자책점 1위와 함께 볼넷 허용도 가장 많다. 지금 이대로라면 스넬은 놀라운 역사를 만들 수 있다. 한 시즌에 평균자책점과 볼넷 모두 1위를 차지한 투수는 없었다’며 ‘2018년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은 받은 스넬은 게일로드 페리, 랜디 존슨, 페드로 마르티네스, 로저 클레멘스, 로이 할러데이, 맥스 슈어저만이 달성한 양대리그 사이영상 수상이라는 특별한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고 전했다.
2018년 탬파베이 시절에 이어 리그를 옮겨 두 번째 사이영상에 가까워진 스넬은 “사이영상도 팀이 이겨야 의미가 있다. 시즌 끝날 때까지 사이영상 생각을 하지 않겠다. 지금은 최대한 좋은 투구로 승리해서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끄는 게 목표”라며 샌디에이고에 실낱같이 남은 가을야구 희망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