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33)는 지난 26일 광주 KIA전에서 4이닝 9피안타 6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4이닝은 올해 개인 최소 타이 기록. 앞서 2경기는 꽃가루 알레르기로 컨디션 조절에 애먹었던 4월이었다.
이날 경기 중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3회까지 1실점으로 잘 막았지만 4회 무사 1루 소크라테스 브리토 타석 때 페냐 몸에 이상이 생겼다. 공을 던지는 오른손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변화구를 던지다 검지, 중지 손톱에 엄지 위쪽이 긁힌 것이다.
박승민 투수코치가 올라와 상태를 확인했지만 페냐는 투구를 이어갔다. 출혈 속에서도 페냐는 유니폼 바지에 흐르는 피를 닦아가며 계속 공을 던졌다. 4연패 중인 팀의 1선발로서 책임감을 갖고 투구를 이어갔지만 결과가 아쉬웠다. 4회에만 안타 6개를 얻어맞고 5실점 빅이닝을 허용한 것이다. 한화도 4-12 역전패를 당하면서 연패 탈출에 실패했다.
올 시즌 24경기에서 팀 내 최다 138이닝을 던지며 8승8패 평균자책점 3.39로 1선발 구실을 하고 있는 페냐이지만 최근 4경기 들어 3패 평균자책점 7.29로 주춤하고 있다. 지난 9일 수원 KT전에서 4⅓이닝 6피안타 1볼넷 2사구 8실점으로 무너진 게 컸다.
이후 2경기 연속 6⅓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했지만 KIA전에서 손가락 출혈로 또 무너졌다. 아쉬움이 있는 상황이지만 최원호 한화 감독은 페냐에게 변함없는 믿음을 보냈다.
최원호 감독은 “페냐가 3~4경기 연속으로 계속 못 던진 게 아니다. 어떤 선발이든 잘 던지다 1~2경기 정도 슬럼프를 겪을 수 있다. 그렇게 심각하게 볼 건 아닌 것 같다”며 “10경기 넘게 퀄리티 스타트를 계속하다 최근 조금 안 좋았다. 체력적으로 힘든 시기이고, 비가 오면서 컨디션 조절이 어려웠던 부분들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봤다.
최 감독 말대로 페냐는 지난 5월4일 잠실 두산전부터 8월3일 대전 두산전까지 14경기 중 13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하는 꾸준함을 보였다. 한화가 5월 이후 두 달간 상승세를 탄 것도 페냐가 안정적으로 6이닝 이상 소화해준 효과가 컸다.
다행히 손가락 출혈도 일시적인 문제로 다음 등판도 정상적으로 준비한다. 최 감독은 “검지, 중지 손톱에 엄지 위쪽 피부가 까졌다. 손톱으로 세게 찔러 누르다 보면 종종 그런 경우가 나오는데 매번 그런 것은 아니다. 밴드를 붙이면 좋을 텐데 (투구시 이물질 사용 금지) 문제가 될 수 있어서 그렇게 할 순 없다”며 “다음 등판에는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