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얼마 안 남았다고 하는데 제 생각에는 충분하다.”
남은 시즌 36경기 지휘를 맡은 이종운 롯데 감독대행은 충분히 반등할 기회가 있다고 자신했다. 5위 KIA에 5경기 뒤진 7위로 가을야구가 쉽지 않지만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공교롭게도 1년 전 롯데 역시 108경기를 소화한 시점에서 5위 KIA에 5경기 뒤진 6위였다. 그러나 지난해 롯데는 남은 36경기에서 17승19패로 이 기간 공동 6위에 그쳤고, 최종 순위 8위로 시즌을 마쳤다. KIA가 5위 자리를 지켰다.
2020~2021년에도 108경기 소화 시점에서 5위에 각각 2.5경기, 3.5경기 차이로 5강 추격권에 있었지만 뒤집기에 실패했다. 2020년 15승21패, 2021년 15승16패5무로 모두 5할 승률에 실패하면서 최종 순위 7~8위로 끝났다.
전통적으로 뒷심이 약한 롯데이다 보니 올해 남은 36경기에서 5경기 차이를 뒤집는 것은 더더욱 어려워 보인다. 최근 7연패로 팀 분위기가 가라앉았고, 6월부터 3개월째 팀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어 기대감보다 절망감이 더 크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는 래리 서튼 감독이 건강상 이유로 자진 사퇴하면서 이종운 감독대행 체제로 전환, 분위기 쇄신 효과를 노린다. 분위기에 잘 휩쓸리는 롯데 팀컬러를 감안하면 한 번 흐름을 타면 급속도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
29일 대전 한화전이 우천 취소된 뒤 취재진을 만난 이종운 대행은 “경기가 얼마 안 남았다고 하는데 제 생각에는 충분하다. 우리가 연패도 했지만 연승도 했다”며 “지금으로선 1경기, 1경기 준비를 잘해 최선을 다한 다음 결과를 봐야 한다. 내일이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행 말대로 롯데는 지난 4월20일 사직 KIA전부터 5월2일 광주 KIA전까지 15년 만에 9연승을 질주한 바 있다. 팀에 힘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분위기를 잘 수습해 반등 동력을 찾아내는 게 이 대행에게 주어진 과제.
이 대행은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팬들이 박수쳐주고, 응원해주시는 모습을 보며 선수들도 많이 느낄 것이다. 느끼지 않으면 프로 선수로서 자격이 없다. 야구는 팀 스포츠이고, 그런 부분을 선수들에게 더 강조하고 있다. 팀플레이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예외를 두지 않고 남은 기간 같이 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분명히 했다”며 “이럴 때일수록 베테랑들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 전준우, 안치홍, 정훈 등 중심에 있는 선수들이 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변수가 너무 많다. 내달 항저우 아시안게임 기간에 선발투수 박세웅, 나균안이 차출된다. 2주가량 선발 2명이 빠진 채 시즌을 치러야 한다. 내달 9일 창원 NC전, 10월2일 사직 삼성전 더블헤더도 두 번 잡혀있다. 이 대행은 “야구라는 게 변수가 많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