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흉악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프로야구 심판의 테러를 예고하는 글이 올라와 충격을 주고 있다. 심판들은 일부 몰지각한 팬들의 삐뚤어진 팬심 때문에 테러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경기에 나서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 26일 창원 LG-NC전. NC는 3-5로 뒤진 9회말 2사 1루서 박건우가 내야 땅볼을 쳤고 윤상원 2루심이 이를 피하려고 했지만 타구가 발바닥 쪽에 살짝 닿았다.
야구규칙 5.06(c) 6항에 따르면 '내야수(투수 포함)에게 닿지 않은 페어 볼이 페어지역에서 주자 또는 심판원에게 맞거나 내야수(투수 제외)를 통과하지 않은 페어 볼이 심판원에게 맞았을 경우-타자가 주자가 됨으로써 베이스를 비워줘야 하는 각 주자는 진루한다'고 명기돼 있다.
경기가 끝나는 상황에서 LG에 불운이었다. 박건우의 땅볼은 안타로 기록됐다. 2사 1,2루가 되고 경기가 재개됐다. 이후 경기 흐름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제이슨 마틴이 때린 타구는 원바운드로 투수 키를 넘겨서 2루 베이스로 향했다. 오지환이 대시를 하다가 멈추며 잡으려 했는데, 바운드를 정확하게 맞추지 못하면서 잡지 못했다. 중전 안타가 되면서 5-4 1점 차가 됐다.
2사 1,3루에서 권희동이 풀카운트에서 6구째 고우석의 152km 직구를 때려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끝내기 3점 홈런을 터뜨렸다. NC의 7-5 승리. 끝내기 패배에 분노한 일부 LG 팬들은 온라인을 통해 윤상원 심판은 물론 그의 가족과 창원 심판조에 테러를 가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에 KBO 심판위원회는 지난 27일 LG-NC전 주심으로 나설 예정이었던 윤상원 심판을 이날 경기에서 제외했고 김정국 심판을 주심으로 교체했다. 마산동부경찰서는 27일 경기를 앞두고 사복 경찰을 야구장에 보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심판들은 "우리는 0점 남편이자 0점 아빠"라고 입을 모은다. 시즌 내내 경기 일정을 소화하느라 가족을 돌보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뿐인데 협박까지 받게 됐으니 허탈함마저 느낄 정도란다. 모 심판은 "가족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은 가운데 이런 협박 글이 올라오면 우리는 우리대로, 가족은 가족대로 걱정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순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심판들의 심리적인 부담감도 더욱 커진다. 오심 하나가 경기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칠까 봐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이러한 가운데 테러 협박까지 받게 됐으니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수밖에.
심판들이 잘못된 판정을 내릴 경우 규정에 따라 벌금 부과, 2군 강등 등 엄격하게 조치를 취해야겠지만 이들이 그라운드의 포청천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 KBO에서도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