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이닝에 벤치 클리어링이 두 번 나왔다. 뉴욕 양키스와 탬파베이 레이스 사이에 사구로 인한 신경전이 극에 달했다.
2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스버그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양키스-탬파베이전. 8회 탬파베이 공격에서 선두타자 랜디 아로자레나가 양키스 투수 알버트 아브레유의 5구째 95.5마일(153.4km) 싱커에 옆구리를 맞았다.
맞는 순간 배트를 던질 듯한 동작으로 불만을 표출한 아로자레나가 아브레유를 바라보며 손가락 2개를 폈다. 두 번 맞았다는 의미였다. 아로자레나는 지난 5월6일 경기에서도 아브레유의 공에 맞은 바 있다.
두 선수 사이에 신경전이 불거지자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몰려나왔다. 벤치 클리어링으로 잠시 대치하며 실랑이가 있었지만 큰 충돌 없이 상황이 정리됐고, 경기가 재개된 뒤 아로자레나는 2~3루 연속 도루에 성공하면서 양키스 배터리를 흔들었다.
그런데 3루 도루 이후 2차 벤치 클리어링이 발생했다. 아로자레나와 아브레우가 다시 언쟁을 하면서 신경전이 붙었고, 양 팀 선수들이 또 우르르 그라운드로 뛰어나왔다. 이번에도 물리적 충돌 없이 끝났지만 양 팀 감정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 보여줬다.
‘MLB.com’에 따르면 경기 후 아로자레나는 “고의로 맞혔다고 생각한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항상 나를 맞히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얀디 디아즈가 다쳤고, 오늘은 아이작 파레디스가 머리를 맞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아로자레나뿐만 아니라 탬파베이 선수들이 유독 양키스전에 사구를 많이 당했다. 올해 13경기에서 12번이나 맞았다. 아로자레나, 디아즈, 파레디스 등 중심타자 3명이 모두 3번씩 맞았다. 이날 경기에만 탬파베이 타자들에게 사구 4개가 집중됐다. 반면 양키스 타자들은 올해 탬파베이전에서 사구가 2개에 불과했다.
3연전 첫 날이었던 지난 26일 탬파베이 디아즈가 조나단 로아이시가의 공에 왼쪽 팔뚝을 맞은 여파로 27~28일 경기를 결장했다. 28일에는 2회 오슬레이비스 바사베, 5회 파레디스, 6회 조나단 아란다, 8회 아로자레나 4명이 맞았다. 특히 5회 파레디스는 이안 해밀턴의 초구 95마일(152.9km) 싱커에 헬멧을 맞는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탬파베이 선수들이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애런 분 양키스 감독은 “이번 시리즈에 디아즈를 비롯해 몇몇 탬파베이 선수들이 맞았기 때문에 불만을 이해한다. 하지만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아로자레나를 맞힌 아브레유는 “절대 맞히려고 하지 않았다. 해명을 하려고 했는데 아로자레나가 나를 비난했다. 싱커를 몸쪽으로 잘 던져 약한 타구를 만들어내려고 했을 뿐이다”며 억울해했다.
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은 “일부러 맞히려고 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사구가 덜 무서운 것은 아니다. 선수들이 맞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느 선수든 공에 맞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