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경질된 감독이 같은 팀에서 감독대행을 맡았다. 래리 서튼(53) 감독의 사퇴로 지휘봉을 넘겨받은 이종운(57) 감독대행에게 롯데의 남은 시즌 운명이 걸렸다.
롯데는 28일 서튼 감독의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서튼 감독은 지난 27일 사직 KT전 경기 후 건강상 사유로 감독직 사의를 표했고, 구단은 숙고 끝에 서튼 감독의 뜻을 존중해 수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올 시즌까지 계약 기간이 남아있던 서튼 감독은 지난 17일 사직 SSG전에 건강상 이유로 자리를 비웠다. 이어 열흘 만에 또 결장하면서 건강에 이상 신호를 보였고, 결국 시즌을 마치지 못한 채 자리에서 물러났다.
서튼 감독의 자리는 이종운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메운다. 지난 6월27일 퓨처스 감독에서 1군 수석코치로 자리를 옮긴 이 대행은 두 달 만에 지휘봉을 잡게 됐다. 서튼 감독이 빠진 2경기에서 대행을 맡아 1승1패를 거뒀다. 29일 대전 한화전부터 남은 36경기를 이 대행 체제로 치른다.
이 대행은 롯데와 인연이 오래된 인물이다. 경남고-동아대 출신 좌투좌타 외야수로 지난 1989년 고향팀 롯데에 입단한 뒤 1997년까지 뛰었다. 특히 1992년에는 주전 우익수로 108경기 타율 3할1푼4리(401타수 126안타) 3홈런 57타점 21도루로 활약하며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에도 기여했다.
1998년 한화를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한 이 대행은 일본 지바 롯데 마린스 연수를 다녀온 뒤 2000~2002년 롯데 주루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어 2003~2013년 모교 경남고 감독을 지내며 11년간 아마추어 경험을 쌓았다. 특히 2008년 캐나다 애드먼턴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대표팀 감독을 맡아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2014년부터 고향팀 롯데로 돌아왔다. 그해 드림팀(3군) 수석코치, 1군 주루코치를 거쳐 2015년 감독 자리에 올랐다. 3년 8억원에 롯데 지휘봉을 잡았지만 2015년 8위(66승77패1무 승률 .462)에 그치자 1년 만에 경질됐다. 초보 감독의 한계를 드러내며 전력에 비해 성적을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미국 시카고 컵스 연수를 거쳐 2018년 SK(현 SSG) 루키팀 책임코치로 현장 복귀한 이 대행은 2019~2020년 SK 2군 감독을 거쳐 올해 롯데 퓨처스 감독으로 고향팀과 다시 인연을 맺었다. 롯데에서 1군 감독을 지낸 뒤 2군 감독을 맡은 것은 김용희, 양상문 전 감독에 이어 이 대행이 3번째였다.
이제는 감독대행으로 남은 36경기를 이끈다. 5월까지 3위였던 롯데는 6월 이후 급격한 추락을 거듭 중이다. 최근 7연패에 빠지며 7위(50승58패 승률 .463)로 처져있다. 5위 KIA에 5경기 차이로 뒤져 가을야구가 멀어졌지만 완전히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 이 대행은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며 순위 싸움을 이어가야 하는 중책을 안았다.
여러모로 부담스런 상황이지만 이 대행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 남은 시즌 팀을 다시 반등시킨다면 롯데 차기 감독 후보에 오를 수 있다. 롯데는 과거 강병철, 양상문 등 팀에서 물러났던 전직 감독들을 다시 감독으로 선임한 사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