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8경기차 1위를 달리던 LG의 독주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10위에서 2위까지 올라온 KT의 폭풍 기세가 LG까지 위협하기 시작했다.
LG는 지난 19일까지 2위 KT에 8경기 차이로 1위를 질주했다. 무난하게 정규시즌 우승을 굳히는 분위기였지만 불과 8일 만에 4.5경기 차이로 3.5경기가 줄면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여전히 LG가 유리하긴 하지만 최근 흐름과 아시안게임 변수를 감안하면 KT도 충분히 승부를 걸어볼 만한 분위기. 두 팀 사이 맞대결도 6경기나 남아있다.
'악몽의 창원' LG 스윕패 당한 사이…KT 추격, 10위에서 1위 기적 노린다
LG는 최근 5경기 1승4패로 주춤하고 있다. 지난 25~27일 창원 NC전에서 3연패 스윕을 당한 게 뼈아팠다. 3연전 첫 날인 25일 경기에서 트레이드로 데려온 투수 최원태가 4이닝 11실점(9자책)으로 무너지며 1-14로 대패하더니 26일 경기에서 황당한 돌발상황으로 끝내기 역전패했다.
5-3으로 앞선 9회말 2사 1루에서 NC 박건우의 땅볼 타구를 2루수 신민재가 잡아 토스하면서 경기가 끝나는가 싶었지만 2루심 윤상원 심판이 발에 맞았다고 인정하면서 내야안타로 바뀌었다. 마무리 고우석이 제이슨 마틴에게 1타점 적시타, 권희동에게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맞아 5-7로 충격의 역전패를 당한 게 치명적이었다.
그 사이 2위 KT가 사직 롯데전을 3연승 싹쓸이하며 LG와 격차를 4.5경기로 좁혔다. 3경기 모두 1~2점차 접전이었지만 KT의 뒷심과 지키는 야구가 빛을 발했다. 롯데전 최근 3연속 스윕, 상대 전적 9연승으로 절대 강세를 이어갔다.
지난 6월4일까지 10위로 꼴찌였던 KT는 75일 만에 2위로 급반등했다. 6월2일까지 -14였던 승패 마진이 지금 +15로 전환됐다. 특히 후반기 31경기에서 25승6패로 승률 8할대(.806)에 달한다. 이 기간 LG도 16승11패(승률 .593) 2위로 선전했지만 KT의 기세가 워낙 대단해 격차가 계속 좁혀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10구단 체제에서 개막 10경기 이후 10위였던 팀이 1위로 시즌을 마치는 최초의 사례를 쓸 수도 있다. 지난 2021년 KT가 개막 9번째 경기까지 10위였지만 타이브레이커 끝에 1위로 마친 바 있다.
여전히 1위 LG가 유리하지만…아시안게임 변수, 하위팀들도 만만치 않다
매년 이맘때 1위를 질주하는 팀은 2위의 추격에 시달리곤 한다. 시즌 내내 1위를 달리면서 쌓인 피로감이 후반에 몰리면서 압박감이 커지는 시기이기도 한다. 심리적으로는 추격하는 2위가 유리하지만 실제로 뒤집은 사례는 얼마 없다. 지난해 SSG, 2021년 KT, 2020년 NC, 2017년 KIA, 2012~2015년 삼성이 시즌 후반 1위를 위협받았지만 결국 자리를 지켰다.
다만 예외적인 케이스로 2019년 SK(현 SSG)가 있다. 그해 33경기를 남긴 8월13일까지 2~3위 두산, 키움에 8경기차 1위로 독주를 하고 있었지만 그게 뒤집혔다. 8월14일 이후 SK가 15승18패(.455)로 주춤한 사이 두산이 23승10패1무(승률 .697)로 뒷심을 발휘하면서 시즌 마지막 날 순위가 뒤바뀌었다. 그 충격으로 SK는 플레이오프에서도 3위 키움에 3전 전패 업셋을 당했다.
여전히 LG가 1위 수성에 유리한 상황이지만 100% 안심할 순 없다. 2019년 SK 사령탑으로 뒤집힌 아픔이 있는 염경엽 LG 감독이라 두 번 당할 순 없다.
예년과 달리 올해는 두 가지 변수가 또 있다. 가장 큰 변수는 내달 22일 대표팀 소집 예정인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번에는 아시안게임 기간 중에도 시즌이 정상 진행돼 대표팀 차출 선수들이 보름 이상 자리를 비운다. LG는 투수 고우석, 정우영, 내야수 문보경이 나간다. 마무리 고우석과 3루수 문보경의 공백이 우려된다. KT는 투수 박영현, 외야수 강백호가 차출됐는데 강백호가 심리적 문제로 현재도 전력 외로 빠져있는 상황이라 LG보다 전력 유출이 크지 않다.
또 하나의 변수는 하위팀들이다. 최하위 키움도 4할대 승률을 유지할 정도로 만만한 팀이 없는 시즌이다. 110경기 이상 넘어가면 시즌을 하나둘씩 포기할 팀들이 나오는데 1위 팀들의 승수 쌓기 대상이 되곤 했다. 1~2위 순위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이유였다. 그러나 올해는 2018년 이후 두 번째로 10개 구단 모두 4할 이상 승률을 기록 중이다. 하위팀들이 시즌 끝까지 전력으로 붙으면 1위 싸움도 더욱 흥미진진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