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극장이었다.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했다. 치열함, 아찔함, 훈훈함을 모두 보여줬다.
SSG는 지난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과 시즌 10차전에서 7-5로 이겼다. 전날 1-10 완패의 아픔을 하루 만에 씻어냈다.
5회초 SSG가 리드를 잡고 있는 상황. 급격히 제구가 흔들리던 두산 두번째 투수 이병헌은 1사 만루 SSG 한유섬을 상대로 풀카운트에서 6구째 147km 직구가 한유섬의 머리쪽을 향하는 위험한 상황이 나왔다. 공은 한유섬의 오른쪽 어깨 상단 부분을 먼저 맞은 후 헬멧을 강타했다. 한유섬은 공을 맞자마자 그 자리에 쓰러져 통증을 호소했다.
한유섬은 트레이닝 파트와 상태를 살핀 후 대주자 김강민과 교체됐고 두산 벤치도 곧바로 투수를 이영하로 교체했다. 가장 놀란 사람은 이병헌이었다. 놀라서 얼어붙은 이병헌은 한유섬에게 다가가 직접 눈을 맞추고 거듭 사과했고, 한유섬은 괜찮다는듯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훈훈하게 사과를 받아들였다.
선제점은 SSG 몫이었지만, 7회말 불펜진이 흔들리면서 3-5 역전을 허용했다. 7회말 2사 주자 2루 두산 강승호의 좌익수 앞 1타점 적시타 상황. 2루 주자 양석환이 3루를 돌아 홈으로 몸을 날려 세이프 될때 SSG 조형우가 태그를 위해 공이 든 포스 글러브로 양석환 입을 강타하는 아찔한 상황에 나왔다.
양석환은 그라운드에 누워서 고통을 호소했지만 다행히 큰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역전에 성공한 두산은 이렇게 리드를 굳히는 듯 했다.
그러나 SSG 하재훈이 일을 냈다. 7회말 대수비로 교체 투입된 하재훈은 8회초 동점 2타점 그라운드 홈런을 성공시켰다.
8회초 첫 타자 김강민이 두산 5번째 투수 박치국 상대로 중전 안타를 쳤고, 하재훈이 박치국의 초구를 공략해 좌중간 담장 상단을 맞추는 타구를 날렸다. 중견수 정수빈이 점프해 잡아보려 했지만, 오히려 독이 됐다. 펜스 맞고 나온 타구를 잡으러 가는 사이 하재훈은 2루, 3루를 돌아 홈까지 통과하며 자신의 리그 첫 그라운드 홈런을 완성했다.
하재훈은 “1루 지나면서 홈까지 뛰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타격 후 3루까지 생각하고 빨리 뛰었는데, 타구가 중견수 반대로 튀어서 (홈 승부가) 되겠다고 생각해 달렸다”고 되돌아봤다.
하재훈의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그라운드 홈런)은 통산 94번째다. SSG 전신 SK 시절 포함 팀 내에서 역대 세 번째 기록이다. 이 기록은 지난 2001년 4월 8일 대전 한화전(조원우 7회 3점), 2012년 4월 15일 문학 한화전(안치용 5회 1점)에서 나온 바 있다.
하재훈 다음 타석에 들어선 전의산이 시즌 4호 홈런이자 역전 결승포를 기록하며 SSG는 두산을 상대로 재역전승에 성공했다. /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