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대구 삼성-키움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요기 베라의 명언이 떠오르는 경기였다. 삼성은 2-5로 뒤진 8회 오재일의 그랜드슬램으로 6-5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2-5로 뒤진 삼성의 8회말 공격. 선두 타자 이재현과 김지찬이 두 번째 투수 문성현을 상대로 볼넷을 골랐다. 삼성 벤치는 김재성 대신 강민호를 대타로 내세웠다. 강민호는 몸에 맞는 공으로 1루로 걸어 나갔다. 무사 만루. 8회초 수비 때 교체 투입됐던 오재일이 절호의 찬스에서 첫 타석을 맞이했다.
오재일은 세 번째 투수 이명종과 볼카운트 1B-0S에서 2구째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오른쪽 외야 담장 밖으로 날려 보냈다. 6-5로 전세를 뒤집는 만루 홈런이 터지자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열광의 도가니로 바뀌었다. 오재일은 1루를 돌며 오른팔을 번쩍 들며 기뻐했다.
누상에 있던 주자 모두 홈으로 들어오자 박진만 감독과 이병규 수석 코치는 반갑게 맞이했다. 주장 구자욱은 오재일을 끌어안으며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이날 경기 중계를 맡은 이상훈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이 장면을 삼성이 기다렸던 것일까. 정말 대단한 순간이 왔다”고 표현했다.
1점 차 리드를 잡은 삼성은 9회 ‘끝판대장’ 오승환을 투입했다. 마운드에 선 ‘맏형’ 오승환은 전병우, 송성문, 김혜성 세 타자 모두 범타 처리하며 세이브를 추가했다. 삼성은 키움을 6-5로 꺾고 주말 3연전 1승 1패 균형을 맞췄다. 박진만 감독의 경기 총평은 짧지만 묵직했다. “긴 말이 필요 없는 경기였다. 오재일이 팀을 구했다”고.
위기에 처한 삼성을 구한 오재일은 MBC 스포츠플러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고 있었는데 팀 승리에 도움이 되는 홈런을 터뜨려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어 “만루 상황에서 홈런, 안타보다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추자는 생각뿐이었다. 맞자마자 홈런인 줄 알았다. 홈런을 때린 뒤 그라운드에 돌 때 소름이 돋았다”고 덧붙였다.
주장 구자욱, 강민호 등 동료들은 오재일의 홈런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오재일은 “마치 자기가 친 것처럼 너무 기뻐해주니까 정말 감동이었다”고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오재일은 올 시즌 타율 1할8푼5리(259타수 48안타) 9홈런 41타점 23득점을 기록 중이다. 오재일이 지금껏 보여줬던 명성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그는 경기 전 그라운드에 가장 먼저 나와 방망이를 휘두르는 등 타격감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동료들도 오재일이 열심히 노력하는 걸 잘 알기에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던 것.
오재일은 “올 시즌 성적이 많이 떨어져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매 경기 안타 1개라도 더 치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