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km 괴물 신인의 성장통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제 19살이니 너무 서두를 것도 없다.
김서현은 지난 26일 고양 국가대표 야구훈련장에서 열린 고양(키움 퓨처스 팀)과의 2023 KBO 퓨처스리그 경기에 선발등판, 4⅔이닝 2피안타 4볼넷 2사구 5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선발승 요건에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놓고 제구 난조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지난 18일 1군 엔트리 말소 이후 퓨처스리그 첫 등판이었다. 4회까지는 안타 2개와 볼넷 1개만 허용했을 뿐 투구수 51개로 무실점 호투를 했다. 4회 무사 1,2루 위기에서 박주홍을 유격수 땅볼, 우승원을 헛스윙 삼진, 예진원을 2루 땅볼 처리하며 위기 관리 능력도 보여줬다.
그러나 5회 고비를 넘지 못했다. 선두 박성빈을 초구에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킨 게 발단. 이세호를 3루 땅볼, 이승원을 헛스윙 삼진 처리했으나 김준완에게 볼넷, 박찬혁에게 몸에 맞는 볼을 주며 2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여기서 김웅빈과 박주홍에게 밀어내기 볼넷으로 연속 실점했다. 결국 2사 만루에서 좌완 오세훈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총 투구수 81개로 스트라이크(42개), 볼(39개)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았다. 5회에만 사사구 5개를 내주며 30개의 공을 던졌다. 그 중 스트라이크는 10개뿐. 최고 156km, 평균 147km 직구(65개) 중심으로 커브(15개), 투심(1개)을 던졌다. 빠른 직구와 커브 투피치로 구종을 단순화해서 밸런스를 잡는 데 집중했지만 5회가 너무 아쉬웠다.
구원 오세훈이 우승원을 유격수 땅볼 처리하면서 김서현의 실점은 2점으로 끝났다. 이날까지 김서현의 퓨처스리그 시즌 성적은 12경기 2승1패1홀드 평균자책점은 3.71. 34이닝 동안 삼진 41개를 잡았지만 볼넷 17개, 몸에 맞는 볼 4개로 9이닝당 사사구가 5.6개로 많다.
김서현은 지난 4월19일 대전 두산전 1군 데뷔전에서 트랙맨 기준 최고 160.1km 강속구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5월12일 문학 SSG전에서 데뷔 첫 세이브를 거두는 등 불펜에 힘을 보태기도 했으나 1군 20경기 평균자책점 7.25에 그쳤다. 22⅓이닝 동안 볼넷 23개, 몸에 맞는 볼 7개로 9이닝당 사사구가 12.1개에 달했다. 파이어볼러 유망주에게 흔히 발생하는 제구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지난 6월8일 1군 엔트리 말소 이후 퓨처스에서 선발 수업을 받고 지난 10일 1군에 올라왔지만 2경기 만에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타자에게 맞아가는 것이 문제라면 피칭 디자인을 바꿔본다든지, 포수를 바꿔본다든지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해서 방향을 제시할 수 있겠지만 스트라이크를 못 던지면 연습을 더해야 한다. 훈련과 경기를 통해 감을 잡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제 19살 신인이다. 너무 급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화는 이닝 제한이 있는 문동주가 내달 2일 잠실 LG전을 끝으로 시즌을 조기에 마감하지만 김서현이 준비되지 않으면 남은 시즌 1군에 올리지 않을 계획이다. 10월에 열리는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참가해 육성 과정을 밟는다. 투구폼과 팔 각도가 일정하지 않다 보니 제구 문제가 더욱 부각되는데 꾸준한 연습과 실전을 통해 자기에게 맞는 폼을 찾아 던지는 감을 익히고, 밸런스를 잡는 수밖에 없다.
한화 내부에서도 “제구를 잡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길게 보고 가야 할 것 같다”며 서두르지 않고 충분한 육성 과정을 밟는 데 집중하는 분위기. 한화 투수조장 이태양도 “서현이도 프로야구가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며 “(문)동주도 그렇고 서현이도 남들이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엄청난 재능을 갖고 있다. 부담도 되겠지만 자신감을 잃으면 안 된다. 나이가 무기다. 자신감만 잃지 않으면 내년, 내후년이 기대된다. 잘할 것이다”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