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외야수 무키 베츠(31)가 4년 만에 친정팀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구장 펜웨이파크를 찾았다. 보스턴 관중들은 ‘우승 공신’ 베츠를 잊지 않고 따뜻하게 환대해줬다.
베츠는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보스턴과의 원정경기에 1번타자 2루수로 선발출장, 1회 첫 타석에 들어서면서 보스턴 관중들에게 뜨거운 기립 박수를 받았다. 베츠가 펜웨이파크에 온 것은 보스턴 소속이었던 지난 2019년 9월30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 이후 1425일 만이었다.
관중들뿐만 아니라 보스턴 3루수 라파엘 데버스와 알렉스 코라 감독도 베츠에게 박수를 보냈다. 잠시 타석에서 물러선 베츠는 헬멧을 벗은 뒤 양손으로 하트를 그리며 관중들의 환호에 답했다.
베츠는 보스턴을 대표하는 스타였다. 지난 2011년 드래프트에서 5라운드 172순위로 보스턴에 지명돼 육성 과정을 밟은 베츠는 201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2019년까지 보스턴에서 6년간 749경기 타율 3할1리 965안타 139홈런 470타점 126도루 OPS .893으로 활약했다. 특히 2018년 타율 3할4푼6리 180안타 32홈런 80타점 30도루 OPS 1.078로 아메리칸리그(AL) MVP에 오르며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도 이끌었다.
‘AP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기 후 베츠는 1회 기립 박수 순간에 대해 “어떤 기분이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약간 떨렸던 것 같다. 감사할 따름이다. 박수를 받아 다행이다”며 감격스러워했다.
보스턴의 최고 스타였지만 연장 계약 협상이 불발되면서 FA를 1시즌 남겨운 2020년 2월 다저스로 트레이드됐다. 보스턴이 10년 3억 달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베츠가 12년 4억2000만 달러를 요구하며서 연장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 다저스로 트레이드된 뒤 12년 3억6500만 달러로 조건을 낮춰 연장 계약하면서 베츠가 보스턴을 싫어해서 떠났다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베츠가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하기도 했다.
경기 전 보스턴을 떠난 과정에 대해 질문을 받은 베츠는 “하임 블룸 사장이나 존 헨리 구단주 등 보스턴 사람들이 설명해야 한다. 그들이 해명하고 싶다면 해명해도 좋다. 지금 난 LA에 있고, 전부 지나간 일이다”고 답했다.
경기 전 펜웨이파크에서 블룸 사장과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한 베츠는 “보스턴이 나를 트레이드한 것에 나쁜 감정은 없다. 이건 비즈니스이고, 양측 모두 자신의 이익을 챙겨야 한다. 지금 난 LA 유니폼을 입고, 두 아이가 있다. 프로덕션 컴퍼니를 차렸고, 팟캐스트도 한다. 난 지금 이 순간이 정말 행복하다. 매우 축복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베츠는 다저스 이적 후에도 리그 정상급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2020년 다저스를 32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끄는 등 올해까지 4년간 440경기 타율 2할8푼2리 487안타 108홈런 268타점 OPS .912를 기록 중이다. 특히 올 시즌 121경기 타율 3할9리(472타수 146안타) 34홈런 89타점 OPS 1.008로 맹타를 휘두르며 내셔널리그(NL) MVP 후보로 떠올랐다.
다저스도 NL 서부지구 1위로 베츠가 온 뒤 4년간 3번째 지구 우승이 유력하다. 반면 베츠가 떠난 뒤 보스턴은 2021년 와일드카드로 가을야구에 나갔지만 2020년과 2022년 AL 동부지구 5위로 꼴찌였다. 올해는 지구 4위, 와일드카드 5위로 가을야구 싸움 중이지만 쉽지 않다.
이제는 다저스의 스타로 자리잡았지만 보스턴 사람들과 우정도 유지하고 있다. 코라 감독이 지난 2017년 휴스턴 애스트로스 벤치코치 시절 불법적인 사인 훔치기를 주도한 혐의로 2020년 보스턴 감독직을 내려놓고 1년간 자격정지 징계를 당했을 때 가장 먼저 연락을 취한 선수가 베츠였다. 코라 감독은 “내가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락한 몇 안 되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고 고마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