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적응했다고 말은 못하겠다".
KIA 타이거즈 마리오 산체스(29)가 페이크 견제 모션 동작에 관련해 심경을 밝혔다. 힘겨웠지만 적응하겠다는 것이었다. 지난 7월9일 KT 위즈와의 데뷔전에서 상체와 얼굴을 확 돌리는 페이크 견제 모션을 하더니 간헐적으로 이중킥킹까지 선보였다. 이강철 감독의 계속된 어필이 이어지며 논란이 됐다.
심판은 타자 기만행위라며 이중킥킹을 금지시켰다. 1루 주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던 페이크 모션 동작도 처음에는 문제없다고 했으나 자체 논의를 거쳐 부분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왼쪽 어깨를 열어놓은 상태에서 페이크 모션은 무방하지만 어깨를 닫은 상태에서 페이크 모션은 보크라고 인정했다.
이어 또 한 번 지적이 나왔다. 페이크 모션후 셋업에 들어가지 않고 바로 견제구를 던지면 보크라는 것이었다. 주자에게 도루를 시도할 수 있는 공간을 주어야 한다는 해석이었다. 심판진이 이것을 한꺼번에 지적했으면 될 일인데 세 번에 걸쳐 등판할때마다 변화를 주문했다.
미국 마이너리그와 대만리그에서 제지를 받지 못했던 산체스에게는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초반 2경기에서 잘 던지다 연속으로 제지를 받자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었다. 심리적으로 흔들렸다. 게다가 다른 팀들의 공략법에 당해 부진으로 이어졌다. 특정 구종을 고집하는 점을 파고들었다. 계속된 부진으로 우려를 낳았다.
평균자책점이 6점대를 넘겼지만 반전을 모색했다. 지난 19일 대구 삼성전 6이닝(5실점)을 소화하면서 실마리를 찾았다. 당시도 만루홈런을 맞았지만 나머지 이닝을 자신의 투구로 잘 막고 승리를 안았다. 이어 26일 광주 한화전은 7이닝 2피안타 2사사구 6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4승이자 홈 첫 승을 따냈다.
이날 견제동작으로 보크를 선언당했다. 5회 1사1루에서 페이크 모션 이후 셋업에 들어가지 않고 바로 견제구를 던지자 보크 판정을 받았고 주자를 처음으로 2루 득점권에 보냈다. 신경을 쓰지만 몸에 배인 습관을 바로 고치기는 힘든 모양이었다. 그래도 흔들리지 않고 두 타자를 범타로 처리하고 이닝을 마감했다. 6회까지 노히트 경기를 펼쳤고 7회는 연속 2안타를 맞고 1실점으로 막고 투구를 마쳤다.
경기후 산체스는 심판들의 계속된 지적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경기 때마다 심판이 잘못을 지적하고 변화를 주고 조정 하라고 듣다보니 계속 신경이 쓰였다. 이것이 가장 힘들었다. 여전히 적응했다고 말은 못하지만 변화 요청에 적응하려고 노력한다"라고 심정을 밝혔다.
이어 "다른 리그에서는 터치를 받지 않았지만 KBO리그에서는 보크를 주었다. 내 습관을 제지 하려는 것을 느꼈다. 여기에 왔으니 적응해야 한다. 그것이 규칙이라고 받아들이면 된다"고 덧붙였다. KBO리그 규칙을 수용하고 현실적으로는 적응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적응의 결과가 이날의 호투였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