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시도 해보겠다".
지난 2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와 KIA 경기는 성이 같은 산체스끼리의 선발 대결이었다. KIA 마리오는 아예 노히트로 호투를 했고 한화 선발 리카르도도 1회 한 점을 허용했지만 더 이상 위기가 없었다. 1-0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박찬호의 환상주루 하나로 흐름이 KIA쪽으로 급격히 흘렀다.
5회말 리드오프 박찬호가 세 번째 타석에서 리카르도의 공을 가볍게 밀어쳐 우익수 앞 안타로 출루했다. 타석에서 상대투수의 공을 결대로 잘 때려치더니 이날도 안타를 만들었다. 작년 도루왕이 출루하자 리카르도와 포수 최재훈이 잔뜩 긴장했다. 계속 견제구를 날렸고 하마트럼 역모션으로 걸릴 뻔도 했다.
도루에 일가견이 있었던 이대형 SPOTV 해설위원온 "박찬호가 좌투수를 상대로 도루 타이밍을 가장 잘 잡는다"고 칭찬하며 도루를 예견했다. 실제로 잦은 견제를 뚫고 도루에 성공했다. 나성범이 타석에 들어섰고 이때도 박찬호는 리드폭은 크게 잡아갔다. 단타면 무조건 홈에 들어가겠다는 의사표현이었다.
접전끝에 리카르도의 원바운드 변화구에 나성범의 방망이가 크게 헛돌았다. 그런데 포수가 잡지 못하고 뒤로 흘렀다. 박찬호는 잽싸게 3루를 돌아 홈까지 쇄도하는 동작을 취했다. 나성범은 스낫 상황인데도 1루에 뛰지 않았다. 포수가 잡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이때 튕겨나간 볼을 달려가 잡은 한화 포수 최재훈이 방심했다. 3루로 돌아가는 박찬호를 힐끔 보더니 아웃카운트를 잡기 위해 1루에 송구했다. 그런데 포수와 1루수의 간격이 멀었다. 송구 시간이 길었다. 이를 간파한 박찬호는 득달같이 홈으로 달려들었다. 1루수가 바로 재송구를 했으나 박찬호의 손이 먼저 홈을 터치했다.
대부분 주자들이 간과하기 쉬운 찰나의 빈틈이었다. 그러나 박찬호의 오감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눈으로 보고 뇌로 빠른 판단을 했고 몸으로 실행에 들어갔다. 이 시간이 1초도 되지 않았다. 타이거즈 경기에서 이런 찰나의 빈틈을 노린 주루는 야구천재 이종범이나 가능했다.
박찬호가 천재적 주루로 야구천재의 특허를 소환했다. 그 판단 하나로 2-0으로 달아나며 흐름을 가져올 수 있었다. 한 점을 추격당했지만 7회말 최형우의 쐐기 투런포로 승리했다. 김종국 감독도 "박찬호가 5회말 상대 허를 찌르는 주루플레이로 귀중한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며 박수를 보냈다.
박찬호는 "홈 쇄도는 계획한 것은 아니다. 상대 수비의 위치를 보고 타이밍이 들어올 수 있을것 같아 과감하게 시도했다. (1루수와) 포수의 거리가 조금 있어서 순간적으로 판단했던 것이 추가점으로 이어졌다. 중요한 시점에서 나온 추가점이라 더 값진 결과라 생각한다. 다음에도 비슷한 기회가 생긴다면 주저 없이 시도해 보겠다"고 예고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