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 있을 때보다 더 잘 친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내야수 이도윤(27)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최원호 감독 체제에서 주전 유격수로 기회를 잡은 이도윤이 내친김에 3할 타율까지 넘볼 정도로 물이 제대로 올랐다. 만년 2군, 백업, 수비형 선수 이미지를 벗어던지며 타격도 일취월장했다.
이도윤은 올 시즌 66경기에서 타율 2할9푼2리(185타수 54안타) 1홈런 10타점 7도루 OPS .720을 기록 중이다. 지난 5월말 1군 콜업 후 6월까지 2할4푼이었던 타율이 7월(.290), 8월(.379)을 갈수록 상승하면서 어느새 2할9푼을 넘었다.
지난 12~13일 대전 두산전에서 데뷔 첫 2경기 연속 3안타 맹타를 휘두르더니 22일 대전 삼성전에는 시즌 1호 마수걸이 홈런까지 터뜨렸다. 최근 10경기 타율 4할5푼5리(33타수 15안타)로 완전히 불붙었다. 주로 8~9번 하위 타선에 배치됐지만 이제는 2번 테이블세터에도 종종 배치된다.
지난 2020년 1군 감독대행에 이어 퓨처스 감독 때까지 이도윤을 쭉 지켜본 최원호 감독은 “기대 이상으로 아주 잘해주고 있다. 2군 있을 때보다 더 잘 친다”고 칭찬했다. 실제 이도윤의 퓨처스리그 8시즌 통산 타율은 2할7푼3리로 올해 1군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북일고 출신으로 지난 2015년 2차 3라운드 전체 24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우투좌타 내야수 이도윤은 2020년까지 거의 대부분 시간을 2군에 있었다. 2018년 83경기 타율 3할1리(282타수 85안타) 7홈런 38타점으로 퓨처스리그에서 두각을 드러냈지만 베테랑들의 벽을 뚫지 못한 채 현역으로 입대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2020년 시즌 막판부터 1군에 모습을 드러냈다. 2군에서 1군으로 올라왔지만 주전이 아닌 백업으로 제한됐다. 내야 전천후 수비력을 인정받았지만 타격에는 물음표가 붙어있었다. 올해는 다시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박정현의 부진, 오선진의 부상으로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5월말부터 3개월째 주전 유격수로 뛰고 있다.
지난해까지 부동의 주전 유격수였던 하주석이 음주운전 징계에서 해제돼 1군에도 복귀했지만 이도윤이 경쟁으로 이겨냈다. 경기를 뛰면 뛸수록 수비는 물론 타격 솜씨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처음에는 빠른 카운트에서 직구 공략을 주로 했다면 요즘은 카운트 싸움도 길게 하면서 변화구 대처 능력까지 향상됐다. 22일 삼성전 9회 오승환 상대로 만든 홈런도 몸쪽 낮게 떨어진 138km 슬라이더를 친 것이었다.
정현석 한화 타격코치는 “기본적으로 타격 기술이 있는 선수였지만 1군에서 자리잡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훈련도 열심히 하지만 경기를 계속 뛰면서 1군 투수들의 공에 적응했다. (기술적으로는) 뜬공보다 라인드라이브 타구로 확률 높은 방식으로 피드백을 준 것이 전부다. 스스로 터득하면서 한 단계 올라섰다”며 “일시적인 활약으로 보이진 않는다”는 말로 지속적인 활약을 자신했다.
5월말부터 1군에서 올라온 이도윤은 남은 시즌 끝까지 풀로 뛰어도 규정타석 진입은 어렵다. 규정타석 미달이긴 해도 3할 타율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한화 역사상 규정타석 3할 유격수는 지난 2011년 이대수(.301)가 유일하다. 현재 SSG 퓨처스 총괄코치를 맡고 있는 이대수는 그해 122경기 타율 3할1리(366타수 110안타) 8홈런 50타점 OPS .786으로 활약하며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이대수를 빼면 한화 유격수 중 누구도 3할 타율을 넘기지 못했다. 규정타석이 아닌 200타석 이상으로 기준을 낮춰도 없다. 1990년 빙그레 시절 28홈런을 친 장종훈(.290)이 가장 3할에 가까웠다. 지금 이도윤 기세라면 이대수 이후 12년 만이자 한화 역대 두 번째 ‘3할 유격수’ 탄생도 기대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