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 총재 감격하게 했던 '기적의 시골 야구부' 소년, 삼성의 심장으로 훌쩍 컸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08.25 13: 40

허구연 KBO 총재의 해설위원 시절이다. 2017년 6월9일 삼성-한화전 중계를 위해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찾은 허구연 총재는 이 선수를 보곤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삼성 신인 외야수 김성윤(24). 그때 허 총재는 “양산 원동중학교 출신 선수를 프로에서 만날 줄은 몰랐다. 너무나도 반갑다”며 감격스런 표정을 지었다. 남다른 사연이 있었다.
김성윤이 다닌 경남 양산 원동중학교는 조그만 산골 동네에 있었다. 2011년 학생수 감소로 폐교 일보 직전까지 갔지만 학교와 마을 주민이 나서 야구부를 창단하며 학교를 살렸다. 그때 야구부 창단에 큰 힘을 보탠 이가 바로 허구연 총재였다. 당시 KBO 야구발전실행위원장이었던 허구연 총재는 원동중에 야구 특성화 학교를 제안하며서 창단을 적극 지원했다. 
전교생이 50여명밖에 되지 않았던 원동중은 2013~2014년 2년 연속으로 대통령기 우승을 차지하며 ‘시골 야구부의 기적’으로 불렸다. 2013년 우승 주역이 김성윤이었고, 허 총재도 잊지 않고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지난해 KBO 수장이 된 허 총재가 해설 마이크를 내려놓지 않았다면 요즘 김성윤 활약을 보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을 것 같다. 

삼성 김성윤. 2023.08.18 / foto0307@osen.co.kr

허구연 KBO 총재.  2023.07.27  / soul1014@osen.co.kr

원동중을 졸업하고 포항제철고를 거쳐 지난 2017년 삼성에 2차 4라운드 전체 39순위로 지명된 우투좌타 외야수 김성윤은 키가 163cm로 같은 팀 후배 김지찬과 KBO리그 최단신 선수이지만 웨이트로 다져진 근육질 몸매를 자랑한다. 2018년 시즌 후 해군에 현역으로 입대해 군복무를 마친 그는 1~2군을 계속 오르내렸는데 7년차가 된 올해 마침내 1군 선수로 자리잡았다. 
올 시즌 78경기 타율 3할3푼1리(151타수 50안타) 2홈런 18타점 29득점 11도루 OPS .821. 4월1일 개막 엔트리에서 시작해 5월28일 1군 말소 전까지 33경기 타율 1할4푼6리(41타수 6안타)에 그쳤지만 6월15일 1군 복귀 후 45경기 타율 4할(110타수 44안타) 2홈런 13타점 OPS .988로 폭발 중이다. 후반기 리그 전체 타율 2위(.427)로 상승세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성윤의 활약이 본격화된 최근 30경기에서 삼성도 17승12패1무(승률 .586)로 반등하며 같은 기간 3위. 탈꼴찌에 성공하며 순위도 9위, 8위로 올라섰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김성윤이 외야에서 워낙 잘해주고 있다. 그동안 퓨처스에 있다 1군에 올라오면 욕심이 나서 그런지 큰 스윙을 했다. 지금은 컨택 위주로 짧게 치면서 자기 장점을 살리고 있다. 좋은 타구가 나오다 보니 타석에서 여유가 생겼고, 변화구도 노려서 칠 만큼 노림수가 좋아졌다. 수비, 주루는 원래부터 월등했다”며 “승부욕이 강한 선수다. 틈이 있으면 한 베이스씩 더 가려고 하는 모습이 팀 전체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원래 그런 역할을 호세 피렐라가 했는데 올해 못해주는 걸 김성윤이 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삼성 김성윤. 2023.07.29 /sunday@osen.co.kr
삼성 김성윤. 2023.08.18 / foto0307@osen.co.kr
삼성 김성윤. 2023.08.20 / foto0307@osen.co.kr
지난 22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김성윤은 3회 우중간 펜스를 맞히는 1타점 3루타를 폭발한 뒤 6회 2루 내야 안타로 멀티히트를 쳤다. 1루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들어가며 내야 안타를 만든 김성윤은 구자욱의 우익수 뜬공에 2루로, 강민호의 중견수 뜬공에 또 3루로 태그업했다. 한 이닝에만 3번의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한 김성윤의 유니폼은 흙투성이 됐다. 
김성윤은 “경기를 할 때는 아드레날린이 날려 지치지 않는 척을 하지만 경기가 끝나고 나면 항상 녹초가 된다. 요즘은 코치님들의 배려로 연습량이나 웨이트 운동량을 조절하면서 저만의 경기 준비 과정을 만들고 있다”며 “경기 출장 기회가 많아진 만큼 마음의 짐, 부담을 어느 정도 덜어놓았다. 심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경기를 넓게 바라보다 보니 잘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2군을 계속 왔다 갔다 하면서 저도 모르게 위축이 되고,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라운드에서 즐기려는 마음으로 한다. 평생 야구를 해왔기 때문에 즐겁지 않을 때도 있지만 경기를 시작하는 순간만큼은 처음 야구를 접할 때 순수한 마음을 끌어내려고 노력한다”며 주전으로 매일 라인업에 드는 것에 대해 “팀에서 그만큼 제게 기대치가 생겼다는 것이니 감사하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앞으로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할지 계속 고민하고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삼성 김성윤. 2023.07.29 /sunday@osen.co.kr
삼성 김성윤. 2023.07.05 / foto030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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