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의 팔꿈치 부상에 일본 언론에서도 안타까움과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오타니의 재능을 낭비한 에인절스의 허술한 구단 운영에도 화살이 향한다.
오타니는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간) 신시내티 레즈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등판했으나 1⅓이닝 무실점 중 투구수 26개에 강판됐다. 2회 1사 1루 크리스티안 엔카나시온-스트랜드 타석에서 5구째 공을 던진 뒤 표정이 일그러졌고, 덕아웃에 사인을 보낸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당초 에인절스 구단에선 ‘팔 피로 증세’라고 교체 사유를 밝혔지만 더블헤더 1~2차전 사이에 MRI 검진 결과 오른쪽 팔꿈치 내측측부인대(UCL) 파열 진단을 받았다. 페리 미나시안 에인절스 단장은 경기 후 “오타니가 올 시즌 더 이상 투구를 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팔꿈치 상태에 대한 2차 소견을 받은 뒤 향후 수술 여부도 결정한다. UCL 파열 투수는 대부분 토미 존 수술을 받는다. 투수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이상 오타니가 토미 존 수술을 피하기 어렵다. 에인절스 입단 첫 해였던 지난 2018년 10월 이후 두 번째 토미 존 수술이 유력하다.
오타니의 부상을 두고 일본 매체 ‘더 다이제스트’는 ‘오타니의 팔꿈치 인대 부상으로 다시 한번 드러난 에인절스의 무대책, 귀한 재능을 낭비한 구단주 죄가 크다’는 제목하에 에인절스 구단을 비판하며 ‘투타겸업으로 초인적인 활약을 해온 오타니이지만 역시 몸은 초인이 아니라 인간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매체는 ‘투수에게 어깨와 팔꿈치 부상은 필연적으로 따라오지만 에인절스 구단의 운영에는 문제가 없었을까? 입단 초에는 등판 전날과 다음날 경기에 내보내지 않는 등 혹사 방지를 위해 관리했지만 오타니 본인 요청도 있고, 2021년부터 그런 제한을 없앴다. 그 이후 투수로서 면모를 완전하게 꽃피웠지만 이번에는 방임주의가 큰 재앙을 불러일으켰다’며 시즌 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가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에인절스의 무리한 오타니 투수 기용을 꼬집었다.
매체는 ‘오타니는 WBC에서 풀로 뛴 뒤 그 기세를 몰아 시즌에 들어갔다. 타격은 그렇다 치더라도 5월부터 투구는 고비가 많았다. 시즌 초반 절대적인 위력을 떨치던 스위퍼가 5월 이후 많은 홈런으로 이어졌고, 볼넷 허용도 늘었다. 그밖에도 손가락 물집이 잡히거나 경련을 일으키는 등 좋지 않은 상태인 것은 어느 누가 봐도 분명했다’며 에인절스 구단의 무능을 지적했다.
계속해서 매체는 ‘오타니 본인의 출장 의지가 강한 게 가장 큰 이유겠지만 에인절스도 시즌 후 FA가 되는 오타니를 잡기 위해선 그를 풀타임 선발로 기용할 필요가 있었다. 포스트시즌에 나가 가까운 미래에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전력을 보여주는 게 오타니와 재계약을 위한 절대 조건이었기 때문이다’며 ‘부상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투타에서 오타니에게 부담이 가중됐다. 시즌 중반까지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가까스로 버티며 전력 보강도 한 에인절스이지만 그 이후 힘이 빠졌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절망적인 상황이 되자 오타니의 팔꿈치도 비명을 질렀다. 팀 전력이 조금만 더 탄탄했다면 오타니 부상을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며 안타까워했다.
나아가 매체는 ‘이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오타니 영입 후 에인절스가 너무나도 무대책이었기 때문이다. 마이크 트라웃, 앤서니 렌던에게 아낌없이 초대형 장기 계약을 안겨준 반면 약점인 선발투수 보강은 거의 손을 놓고 있었다. 어느 정도 보강을 해도 사치세 한도를 넘지 않아야 했기 때문에 반쪽짜리 시즌이 이어졌다. 조직 재건과 보강에도 무관심해서 오타니의 FA가 가까워지고 나서야 드래프트에서 즉시 전력 대학생 선수를 대거 지명하더니 마이너에서 충분한 육성도 하지 않은 채 잇따라 메이저리그로 승격시켰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