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책임감이 큰 데이비드 뷰캐넌(34·삼성)의 의지를 비가 꺾었다.
뷰캐넌은 지난 16일 대구 LG전에서 2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1실점을 기록한 뒤 투구수 24개에 교체됐다. 2회를 마친 뒤 목에 근육통이 온 영향이었다. 큰 부상이 아니라 5일 쉬고 22일 대전 한화전에 정상 출격했다. 경기 전 박진만 삼성 감독은 “본인이 던질 수 있다고 해서 나가지만 100% 상태는 아니다.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뷰캐넌은 뷰캐넌이었다. 이날도 7이닝 5피안타 1볼넷 1사구 5탈삼진 2실점(무자책) 호투를 했다. 6회까지 95구를 던졌지만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뷰캐넌은 번트 타구 처리 과정에서 스스로 송구 실책을 했고, 폭투로 동점을 허용했다. 이어 KBO리그 데뷔 후 4년 106경기 만에 처음으로 보크까지 범하며 역전 점수까지 내줬다.
뷰캐넌답지 않게 실책과 보크로 흔들렸지만 완전히 무너지진 않았다. 계속된 2사 3루에서 노시환을 3루 땅볼 유도하며 이닝을 직접 끝냈다. 총 투구수 116개. 뷰캐넌의 호투를 발판 삼아 삼성은 9회 2사 후 상대 실책으로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4득점 빅이닝으로 5-3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후 뷰캐넌은 “6회까지 투구수가 100개를 넘지 않아 당연히 마운드에 올랐다”며 “목에 지금도 약간의 뻣뻣함이 남아있다. 첫 번째 견제구를 던질 때 몸을 빠르게 턴하다 보니 순간적으로 근육통이 올라올 것 같았는데 다음부터 세게 하지 않았다. 발만 빼서 주자를 묶는 동작으로 하니 아프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뷰캐넌은 4일 휴식 후 27일 대구 키움전 선발등판에도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내가 누군지 알지 않나. 당연히 등판할 것이다”며 로테이션을 건너뛸 생각이 전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에이스로서 누구보다 팀을 생각하는 마음이 큰 선수답게 쉬어갈 마음이 없어 보였다.
지난 11일 문학 SSG전에서 6이닝 동안 개인 최다 127구를 던진 뒤 다음 경기에서 목 근육통이 찾아온 뷰캐넌이다. 이번에도 116구 이후 4일 휴식 일정이 꽤 부담스러웠다. 박진만 감독도 “여러 가지 상황을 보고 뷰캐넌 등판 일정을 정할 것이다”며 예의주시했다.
때마침 적절한 타이밍에 비가 내렸다. 23일 대전 한화전이 우천 취소되면서 뷰캐넌도 주 2회 등판을 피할 수 있게 됐다. 박진만 감독은 23일 한화전 우천 취소 전에 “비로 경기를 하지 않으면 내일(24일 한화전)은 테일러 와이드너가 예정된 날짜에 맞춰 나간다. (23일 예고됐던) 백정현은 그 다음날(25일 키움전)에 들어가고, 원태인이 뷰캐넌 대신 일요일(27일 키움전)에 나간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은 24일 한화전 와이드너에 이어 25~27일 키움전에 백정현, 최채흥, 원태인 순으로 선발등판한다. 뷰캐넌은 이번 주까지 6일을 푹 쉬고 29일 수원 KT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