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윤이는 구위만으로도 FA 계약이 가능할 걸요.”
KT 이강철 감독은 지난 2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취재진과 만나 마무리 김재윤의 숨은 가치를 짚으며 선수를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령탑이 떠올린 경기는 지난 19~20일 대전 한화전. 김재윤은 19일 2이닝 2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4번째 구원승을 챙긴 뒤 이튿날 1이닝 무실점으로 22세이브 고지에 도달했다. 마무리 김재윤의 든든한 마무리에 힘입어 KT는 10연속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다.
이 감독은 “대전 경기를 보면 그냥 포수가 미트를 대고 있다. 직구 RPM이 2600까지 나왔다. 공이 정말 좋아 보였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김재윤은 사실 처음부터 투수가 아니었다. 휘문고 졸업 후 미국 마이너리그서 포수로 뛰었던 김재윤은 2015 KT 2차 특별 13순위로 입단해 조범현 전 감독의 제안으로 투수 글러브를 끼었다.
투수 전향은 신의 한 수가 됐다. 김재윤은 입단 2년차인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막내 구단의 클로저를 맡아 경험과 세이브를 동시에 차곡차곡 쌓았다. 전광판에 찍힌 구속 이상의 힘과 회전수를 지닌 직구는 김재윤만이 가진 강점이었다.
김재윤은 KT 암흑기 속에서도 꿋꿋이 3년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를 달성했다. 이는 2020년 데뷔 첫 20세이브 돌파(21세이브)로 이어졌고, 2021년 30세이브(32세이브)를 통해 마침내 개인 통산 100세이브 금자탑을 쌓았다. 투수 전향 6년 만에 리그 정상급 클로저로 올라선 순간이었다. 그리고 2022시즌 61경기 9승 7패 33세이브 평균자책점 3.26으로 개인 최다 세이브 경신과 함께 2년 연속 3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김재윤의 고공행진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43경기에 등판해 4승 2패 22세이브 평균자책점 1.29의 안정감을 뽐내며 꼴찌에서 2위로 올라선 KT의 이른바 기적의 반등 주역으로 거듭났다. 팀 사정 상 세이브와 이닝(48⅔이닝)은 지난해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나 SSG 서진용(32세이브), 롯데 김원중(23세이브)에 이어 세이브 부문 3위이며, WHIP(0.82), 피안타율(.182)은 김재윤이 클로저 전체 1위다.
아울러 통산 159세이브의 김재윤은 KBO 통산 세이브 순위 단독 8위에 올라 있다. 현역으로는 삼성 오승환(391세이브), 한화 정우람(197세이브)에 이어 3위이며, 7위 진필중(191세이브)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 포수로 커리어를 시작한 신생팀 클로저가 KBO리그 대표 마무리투수들과 함께 언급되는 경지에 올라선 것이다.
투수 전향 이후 꾸준히 한 우물을 판 김재윤은 올 시즌을 무사히 마치면 대망의 FA 시장에 진출한다. 위에서 언급된 기록을 일일이 살펴보면 전망은 밝다. FA 시장에서 투수는 늘 귀하기 마련인데 김재윤은 성실함과 묵직한 구위를 앞세워 FA 자격을 획득한 이른바 ‘검증된’ 자원이다. 원소속팀 KT를 비롯해 우승을 노리는 상위권 팀 입장에서는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투수다.
이 감독은 “(김)재윤이는 FA 계약할 때 세이브 개수가 의미가 없다. FA 계약할 때 구위만으로도 어느 팀이든 계약이 가능할 것 같다. 구위가 안정적이면 데려갈 팀은 데려간다”라며 “물론 김재윤은 우리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우리가 잡겠죠”라고 올 겨울 스토브리그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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