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헬멧이 벗겨지도록 뛰었으면 굿즈마저 헬멧이 탈부착이 가능하도록 제작됐을까. 샌디에이고 구단도 팬들도 모두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투혼에 박수를 보낸 결과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단은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홈경기를 ‘김하성 데이’로 지정해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에게 김하성의 버블헤드 인형 4만개를 증정했다.
버블헤드는 약 3등신의 비율로 만들어진 머리가 흔들거리는 인형을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팀을 상징하는 선수 위주로 제작되며, 팀 내 인기의 척도를 반영한다. 투타겸업으로 메이저리그를 평정한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의 경우 빅리그 데뷔도 하기 전에 버블헤드 제작이 확정됐고, 샌디에이고는 매니 마차도, 후안 소토,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다르빗슈 유 등 간판 스타들만이 버블헤드 제작의 영광을 안았다. 미국 입성 3년 만에 김하성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김하성의 버블헤드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헬멧이 탈착되도록 만들어졌다. 버블헤드 인형의 머리가 흔들리는 순간 헬멧이 벗겨진다. 올 시즌 그라운드에서 매 순간 헬멧이 벗겨지는 투혼의 주루를 펼친 김하성을 형상화한 것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김하성은 버블헤드 디자인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구단과 팬들이 김하성의 투혼을 인정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샌디에이고 구단 공식 SNS에 김하성의 버블헤드 언박싱 영상이 게재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하성은 “내 거네. 헬멧이 조금 큰데. 닮았어?”라고 물으며 “사진도 괜찮다. 8월 22일(현지시간)에 꼭 경기장으로 받으러 오세요”라고 자신의 굿즈를 홍보했다.
김하성의 올 시즌 활약을 보면 버블헤드 제작이 당연하다. 빅리그 3년차를 맞아 122경기 타율 2할8푼 17홈런 28도루 71득점 OPS .816의 활약을 펼치며 파드리스의 주전 리드오프로 도약했기 때문. 팀 내 타율, 도루, 득점 1위, 홈런, 타점 4위가 바로 김하성이다.
미국 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파드리스가 올해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지만 김하성은 안정감을 뽐내고 있다. 김하성은 솔선수범하며 파드리스 선수들 가운데 가장 잘하는 선수로 변신했다”라며 “경기력이 상당히 인상적이며, 팀 동료들은 그를 보며 매일 놀란다. 심지어 사령탑인 밥 멜빈 감독도 김하성의 플레이에 감명을 받는다. 놀라운 활약이다”라고 김하성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다만 샌디에이고는 김하성 데이를 맞아 마이애미에 0-3 완패를 당했다. 마이애미 마운드를 만나 3안타 빈타에 시달리며 득점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러나 김하성 데이의 주인공인 김하성은 돋보였다. 4타수 1안타와 함께 3루수 포지션에서 수차례 호수비를 선보이며 홈팬들을 열광시켰다. 김하성 버블헤드를 받은 샌디에이고 홈팬들은 김하성 타석 때마다 “하성킴”을 목청껏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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