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이승엽 감독과의 면담 끝에 가까스로 현역을 연장한 신성현(33)은 왜 10개월 만에 돌연 은퇴를 선언했을까.
두산 구단은 지난 22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신성현의 은퇴 소식을 전했다. 신성현은 구단을 통해 “정들었던 프로 유니폼을 벗는다는 선택이 결코 쉽지 않았다. 제2의 인생을 준비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라며 “좋았던 순간, 아쉬웠던 순간이 모두 떠오른다. 누구보다 뜨겁게 응원해 주셨던 두산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죄송함이 크다. 앞으로 어떤 자리에 있든 그 응원을 잊지 않겠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신성현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덕수중을 졸업하고 대한해협을 건너 일본 교토국제고로 향한 뒤 2008년 10월 일본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에서 히로시마 도요 카프의 지명을 받았다. 이후 데뷔 없이 2군을 전전하다가 방출됐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에서 프로의 꿈을 이어갔다.
신성현은 2015년 한화 육성선수로 KBO리그에 입성했다. 이후 2017년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과 인연을 맺었지만 좀처럼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하며 ‘만년 유망주’, ‘미완의 장타자’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녔다. 매년 타율이 1할대에 머물렀고, 지난해의 경우 17경기 타율이 8푼7리에 그치며 현역 생활까지 위태로워졌다.
그런 신성현에게 손을 내민 건 이승엽 신임 감독이었다. 작년 10월 부임과 함께 신성현과 개인 면담을 갖고 1년의 기회를 더 부여했다. 당시 이 감독은 “그만두더라도 납득하고 그만두라고 했다. 등 떠밀려서 그만두면 평생 후회한다”라며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경기를 하면 의외로 집중력이 생기고 더 좋아질 수 있다. 그래서 해보라고 했다. 어떤 활약을 할지 모르겠지만 더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신성현은 워낙 좋은 걸 갖고 있는 선수다. 체력도 타고났고, 힘도 좋다”라며 “한화 시절부터 보면 늘 갖고 있는 것보다 성적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함께 연습을 해보니 조금만 변화를 주면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재료를 잘 써야한다”라고 기대감까지 드러냈다.
그러나 올해도 큰 반전은 없었다. 늘 그랬듯 1군보다 2군이 익숙했고, 1군에서도 적은 기회 속 12경기 타율 8푼3리 1타점의 부진을 겪었다.
신성현은 지난 4월 28일 인천 SSG을 끝으로 1군 말소된 뒤 2군에서 무려 4달의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퓨처스리그에서는 28경기 타율 3할1푼1리 2홈런 18타점으로 활약했지만 결국 그가 택한 길은 기다림이 아닌 은퇴였다.
이 감독은 전날 고척에서 취재진을 향해 “기대했는데 생각만큼 되지 않았다. 시즌 중에 1군과 2군을 왔다갔다했고,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팀 사정 상 어쩔 수 없이 선수를 2군으로 보냈지만 시즌 막바지에 다시 부르려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 은퇴 발표가 났다”라고 말했다.
신성현은 퓨처스리그에서 눈 부상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8월 3일 고양전 이후 3주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한 이유다. 이 감독은 “눈이 조금 안 좋아서 경기를 못 나갔다. 본인 스스로 힘들었을 것이고, 아무래도 눈이 안 좋으면 기대감이 떨어지기 마련이다”라며 “결국 선수 본인이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구단과 잘 이야기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끝으로 “아쉽다. 지난 가을부터 시작해 이번 캠프, 시즌 개막 후 합류해서 정말 열심히 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후회는 없을 것이다”라며 “물론 조금 이른 나이에 은퇴를 하게 됐지만 하고 싶은 걸 충분히 다 했을 것이다. 미련이 남을 수도 있겠지만 허심탄회하게 그만둘 수 있을 것”이라고 신성현의 제2의 인생을 응원했다.
한편 두산 구단에 따르면 신성현은 제2의 인생을 두고 고민을 거듭 중이다. 두산은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했던 프로 의식과 후배들의 귀감이 됐던 모습을 높게 사 남은 2023년 프런트 연수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성현의 1군 통산 성적은 287경기 타율 2할1푼7리 96안타 16홈런 59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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