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한 카운트에서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더 강해진다. 0B-2S(노볼 투스트라이크), 타자에게 가장 불리한 카운트에서 가장 위협적인 타자 김하성이 메이저리그 데뷔 첫 만루 홈런도 이 카운트에서 만들었다.
김하성은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간)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홈경기에 1번타자 2루수로 선발출장, 2회 만루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4타점 2득점 1도루로 맹활약하며 샌디에이고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1969년 창단해 올해로 55년째가 된 샌디에이고 역사상 한 경기에서 만루 홈런, 2루타, 도루를 모두 기록한 것도 김하성이 최초. 김하성은 2회 만루 홈런에 앞서 1회 우측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3루 도루에 성공했다.
불리한 카운트 극복하고 만루포, 2S 타율 .421-OPS 1.132 ‘ML 전체 1위’
2회 만루 홈런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마이애미 좌완 선발투수 라이언 웨더스의 초구 포심 패스트볼이 높은 코스로 존을 벗어났지만 주심 알렉스 토시 심판이 스트라이크를 판정했다. 살짝 당황한 모습을 보인 김하성은 2구째 존을 통과한 체인지업을 바라보며 투스트라이크로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다.
하지만 3구째 몸쪽 꽉 차는 96.6마일(155.5km) 포심 패스트볼을 번개 같은 스윙으로 제대로 받아쳤다. 보더라인 끝에 살짝 걸친 공으로 제구가 무척 잘 된 강속구를 김하성이 노림수를 갖고 공략했다. 불리한 카운트에서 자신의 스윙을 완벽하게 해냈다. 시즌 17호, 통산 36호 홈런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첫 만루 홈런의 순간.
이날 만루 홈런에서 보듯 김하성은 올해 불리한 카운트를 극복하는 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투스트라이크에서 38타수 16안타 타율 4할2푼1리로 극강이다. 삼진 9개가 있지만 홈런 3개, 2루타 2개로 장타도 5개나 생산해 OPS 1.132에 달한다.
메이저리그 규정타석 타자 139명 중 투스트라이크 타율, 장타율, OPS 모두 김하성이 전체 1위에 빛난다. 강력한 내셔널리그(NL) MVP 후보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 브레이브스)도 투스트라이크시 타율 3할8푼7리(31타수 12안타) 2홈런, 2루타 3개로 OPS 1.071을 기록 중이지만 타율, 장타율, OPS 모두 김하성 다음으로 2위다.
김하성이 처음부터 이렇게 투스트라이크에서 잘 쳤던 타자는 아니다. 2021년에는 타율 7푼1리(28타수 2안타) 1홈런 9삼진 OPS .312에 그쳤다. 지난해도 타율 1할5푼7리(51타수 8안타) 1홈런 20삼진 OPS .392로 맥을 못 췄지만 올해 단숨에 리그 최고 수준으로 대처 능력이 생겼다. 빅리그 투수들의 공에 적응하면서 불리한 카운트 노림수와 대처 능력이 발전했다.
“리그 적응,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커질수록 잘한다” 감독 또 칭찬
시즌 전체로 봐도 김하성은 121경기 타율 2할8푼(414타수 116안타) 17홈런 49타점 71득점 58볼넷 95삼진 28도루 출루율 .370 장타율 .449 OPS .819를 기록 중이다. 한국인 선수 최초 20홈런-30도루 클럽 가입에도 홈런 3개, 도루 2개만 남겨놓았다. 추신수가 지난 2009~2010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가디언스), 2013년 신시내티 레즈에서 20홈런-20도루 3차례 가입했지만 20-30은 없었다.
김하성의 활약에 밥 멜빈 샌디에이고 감독은 연일 칭찬 또 칭찬이다. 멜빈 감독은 22일 경기 후 “김하성이 1번 리드오프로 들어간 뒤 제대로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지금 홈런이 17개인데 20개 이상도 확실히 가능하다”고 치켜세웠다. 산술적으로 김하성은 올해 홈런 22개까지 가능하다.
이어 멜빈 감독은 “김하성은 출루도 하고, 안타도 치고, 주루도 하고, 1번 타순에서 뭘 해야 할지 잘 알고 있다. 수비도 잘하고, 진짜 대단한 선수가 됐다. 스스로 느끼고 적응하면서 좋은 플레이를 많이 보여주고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커질수록 점점 더 잘한다”며 거듭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멜빈 감독 말대로 김하성은 올 시즌 1번 타순에서 51경기 타율 3할(200타수 60안타) 11홈런 26타점 출루율 .397 장타율.510 OPS .907로 맹활약하고 있다. 지난 6월2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부터 최근 49경기 연속 1번타자로 선발출장, 샌디에이고 부동의 리드오프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