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떠나 있었지만 마음 속에는 항상 한화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
한화 우완 투수 이태양(33)은 지난 16일 창원 NC전에서 5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불펜에서 선발로 보직을 바꿔 정식으로 로테이션으로 합류한 뒤 첫 등판이라 63구만 던졌지만 5이닝을 효과적으로 막았다.
한화 소속으로는 지난 2017년 6월18일 수원 KT전 이후 무려 2250일 만에 선발승을 거둔 이태양은 “이렇게 다시 한화 유니폼을 입고 선발승해서 기분이 좋다. 다시 한화로 돌아올 수 있게 기회를 주신 구단에 감사한 마음이다”는 소감을 밝혔다.
지난 2010년 한화에 입단한 이태양은 2020년 6월 SK(현 SSG)로 트레이드 되면서 정든 팀을 떠났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한화가 있었고, 지난해 SSG의 통합 우승에 기여한 뒤 FA로 친정팀에 돌아왔다. 다른 팀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지만 4년 25억원에 한화를 선택했다.
개막 전부터 보직을 가리지 않고 전천후로 나서며 한화 마운드를 떠받친 이태양은 선발 기회도 마음속으로 준비했다. 그는 “언제 또 선발로 기회가 올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기다리며 준비했다. 항상 연습할 때부터 모든 구종을 완벽하게 던지려는 연습을 했고, 기회가 왔을 때 마음껏 보여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선발 전환 두 번째 등판인 22일 대전 삼성전에도 이태양은 안정감을 보였다. 5이닝 3피안타 1사구 4탈삼진 1실점.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승리는 하지 못했지만 5이닝을 69구로 정리하며 또 한 번 효율의 극치를 보여줬다.
최고 146km, 평균 143km 직구(29개) 외에 슬라이더(21개), 포크볼(12개), 커브(7개) 등 변화구를 섞어 던졌다. 좌타자 몸쪽으로 보더라인 끝에 걸치는 공으로 연이어 삼진을 잡는 커맨드를 자랑했다. 2경기 연속 무볼넷 투구. 이날까지 시즌 전체 성적은 42경기(65⅔이닝) 2승2홀드 평균자책점 2.33 탈삼진 51개 WHIP 1.08.
앞서 임시 대체 선발로 나선 4월23일 대전 LG전(2이닝 무실점), 5월20일 잠실 LG전(3⅔이닝 무실점) 포함 선발 4경기 15⅔이닝 10피안타 1볼넷 1사구 10탈삼진 2실점 평균자책점 1.15에 불과하다. 이태양은 “선발로서 아직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 좋다. 내년도 있다”며 계속해서 후배들과 선발 경쟁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이 그리고 있는 내년 한화 선발진 구상에도 이태양이 당연히 포함돼 있다. 최원호 감독은 “올해 이태양이 전천후로 좋은 활약을 했다. 기본적으로 제구가 있고, 변화구 구사도 다양하게 한다. 그동안 경험을 많이 쌓았고, FA 계약을 하면서 (심적인) 안정도 생겼다”며 “지금 같은 모습이라면 이태양도 내년에 선발 후보로 들어간다. (경험이 부족한) 젊은 투수들이 많아 불확실성이 큰데 이태양 같은 경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화는 올해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 리카르도 산체스와 함께 2년차에 토종 에이스로 떠오른 문동주까지 3명이 고정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돌고 있다. 4~5선발 자리가 계속 바뀌었는데 이 자리를 안정적으로 돌 수 있는 투수를 찾는 게 남은 시즌 과제다. 최 감독은 “문동주가 (이닝 제한으로) 빠지면 남지민, 김기중을 선발 테스트할 것이다. 마무리캠프 때 김서현과 새로 뽑을 신인 투수들의 가능성이 어떤지 보고 선발 구상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풀타임 경험이 없는 투수들이 많아 이태양의 존재가 더욱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