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토종 에이스 원태인(23)은 지난 20일 대구 KIA전에서 비 때문에 조기 강판됐다. 3회 선두타자 김태군을 투수 앞 땅볼로 처리한 뒤 2⅓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교체됐다. 투구수는 33개에 불과했다.
1~2회 무실점으로 순항하던 원태인의 기세는 비에 의해 가로막혔다. 3회 마운드에 오른 뒤 폭우가 쏟아졌다. 심판진이 오후 5시31분 경기 중단을 선언했고, 그라운드 정비 작업을 거쳐 6시59분 재개되기 전까지 무려 88분이 중단됐다.
경기 재개 후 다시 마운드에 오른 원태인은 그러나 김태군 상대로 힘을 잔뜩 빼고 던졌다. 초구 94km 체인지업, 2구째 78km 커브로 투스트라이크를 잡더니 3구째 91km 슬라이더로 투수 앞 땅볼을 유도했다.
김태군을 아웃 처리한 뒤 김대우가 마운드에 올라오면서 원태인이 멋쩍은 미소와 함께 내려갔다. 야구규칙 5조 10항에 따르면 투수가 이닝 시작 전에 파울 라인을 넘어서면 반드시 한 타자를 상대해야 하는 규정에 있고, 원태인은 김태군 타석까지 완료한 뒤에야 마운드를 내려갈 수 있었다.
KIA 선발투수 황동하가 경기 재개 후에도 투구를 이어간 것과 달리 원태인이 내려간 것은 이유가 있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22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인터뷰에서 “원태인이 예전에 그런 상황이 한 번 있었는데 던지다가 몸에 이상이 생겼다고 하더라. 부상 염려가 있어 한 타자만 상대하고 바꿨다”며 “선수 본인도 예전에 그런 게 있다 보니 조심스러워했다. 코칭스태프에서도 선수 보호 차원에서 교체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원태인이 일찍 내려갔지만 이어 나온 김대우(1⅔이닝 무실점), 홍정우(1⅓이닝 1실점)가 5회까지 이닝을 잘 끌어줬고, 삼성은 6-4로 승리했다. 박진만 감독은 “원태인 다음에 나온 김대우가 잘 막아줬다. 불펜투수들이 호투하면서 중후반에 승부를 낼 수 있게 해줬다”고 불펜을 칭찬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