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대표적으로 분위기를 타는 팀으로 알려져 있다. 한 번 분위기가 달아오르면 아무도 멈출 수 없는 질주를 하곤 했다. 반면 분위기가 다시 가라앉으면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사령탑이 바뀌고 선수단이 달라져도 최근 10여년 간 반복되어 온 팀의 체질과도 같다.
이러한 구단의 체질이자 정체성이 된 구단의 모습은 ‘8치올(8월에 치고 올라간다)’와 ‘기세’라는 단어로 표현됐다. 8월에 반등을 이끌어 보겠다는 ‘8치올’은 2020년부터 올해까지 4년 동안 반복되면서 롯데의 후반기 반등 의지를 표현하는 단어가 됐다.
실제로 롯데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8월 성적은 44승34패3무 승률 .564로 꽤나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8월 이전에 이미 승리를 많이 내주고 상위권과 격차가 벌어진 상태였고 8월에 만회를 했다고 하더라도 9월 이후에는 8월의 반등이 무색할 정도로 힘이 빠진 경기력을 보여줬다. ‘8치올’은 냉정히 말해 ‘반짝’이었다.
올해는 시즌 초반, 단독 1위에도 오를 정도로 분위기가 대단했다. 4월 한정이 아니라 5월까지는 LG SSG와 함께 3강 체제를 구축했다. 이때의 롯데는 ‘기세’라는 단어로 관통이 될 만큼 대단했다. 유행어처럼 ‘기세’를 말했고 구단도 ‘기세 데이’로 마케팅을 할 정도였다. 그만큼 롯데의 기운이 대단했고 리그 판도를 흔들 정도였다. 하지만 ‘기세’도 추락하는 팀의 상황을 지탱해주지는 못했다.
롯데는 지난 주, 극과 극의 모습이었다. 어쩌면 롯데라는 팀을 알려준 한 주였다고 볼 수 있다. 주중 SSG 랜더스와의 3연전을 스윕하면서 3연속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다. ‘8치올’의 ‘기세’가 살아나고 있음을 알려줬다. 하지만 현재 꼴찌인 키움과의 3연전은 거짓말 같이 스윕패를 당했다. 3경기 모두 역전패를 허용할 정도로 최악의 결말을 마주했다.
‘8치올’과 ‘기세’는 역설적으로 롯데라는 팀이 얼마나 불완전하고 꾸준한 경기력을 갖추지 못한 팀인지를 알려주는 단어다. 전력이 안정됐다면 휘몰아치는 파도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중심을 지켜서 나아갔겠지만 롯데는 그런 안정적인 전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지난 주중 SSG 3연전에서 롯데 타선은 32득점을 뽑아냈고 타율 3할9푼4리 3홈런 OPS 1.092로 폭발했다. 득점권 타율도 4할1푼1리(56타수 23안타)로 해결할 때는 확실하게 해결했다. 마운드에서도 평균자책점 3.33의 기록을 남겼다. 박세웅과 애런 윌커슨, 그리고 대체선발 심재민까지 모두 제 몫을 하면서 마운드를 지탱했다. 그리고 필승조도 3연투의 투혼으로 스윕승을 완성했다.
반면 주말 키움 3연전에서 롯데 타선은 거짓말 같이 식었다. 타율 2할4리 2홈런 OPS .629에 머물렀다. 득점권에서는 말할 것도 없었다. 1할3푼6리로 침묵하며 주중 3연전의 흐름을 잇지 못했다. 무엇보다 4개의 실책이 클러치 상황에서 나오면서 실점으로 연결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실책 4개는 현재 롯데에서 기여도가 높은 편에 속하는 박승욱이 범한 실책이었다.
‘8치올’과 ‘기세’는 결국 불완전한 팀의 상태를 포장하는 단어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제는 파악해야 한다. 당장 현재 야수진 곳곳에는 안치홍 구드럼 등 부상자들이 포진해 있고 투수진은 피로도가 누적되어 있다.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짜내기를 시도하다가 얻은 결과다. 포장보다 내실이 더 중요하다. 현재 50승54패로 7위에 머물고 있다. 과연 롯데는 냉정하게 현실을 진단하고 단단한 팀을 구축해서 중위권 경쟁을 다시 치열하게 만들 수 있을까.
롯데는 이번 주중 잠실에서 LG를 만나고 주말에는 사직으로 돌아와 KT와 3연전을 치른다. 최상위권 2팀을 만난다. 기세와 관계없이 롯데가 5강에 진출할 자격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jhrae@osen.co.kr